[사설]월드컵 준비 「빨간불」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2002년 월드컵 준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엊그제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이 행사 전까지 차질없이 건설될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개최도시의 경우 취약한 재정 상태 때문에 경기장 건설능력이 의심된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월드컵조직위나 해당 자치단체들은 별 문제가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치단체측의 설명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꼼꼼하게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문제가 표면화된 곳은 수원과 광주 두 군데이다. 수원경기장은 삼성그룹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지원을 포기하면서 재정난을 맞고 있다. 경기도측은 일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건설자금으로 2억달러의 융자를 약속받은 상태이지만 임창열지사의 수뢰사건이 터진 이후 경기도측이 돈을 빌리느냐 마느냐의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광주경기장은 시공자로 선정된 금호산업이 공사입찰 과정에서 시공실적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건설회사가 시공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런 돌발 사태가 두 경기장의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월드컵에 맞춰 경기장을 지을 자신이 있다’며 큰 소리를 쳐온 다른 지자체도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당장의 자금동원 능력이 부족해 공사비가 원활하게 투입되지 않는 곳이 많다. 얼마전 한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할 때 10개 월드컵 경기장의 공사진척도는 월 3.5∼4%가 되어야 하는데도 현재의 진척도는 평균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의 우려대로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개최도시들의 월드컵 준비 자세가 지나치게 안이하고 낙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경기장 건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통 숙박시설과 서비스 수준의 문제다. 현재로선 월드컵을 치러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불친절하기로 이름난 대중교통수단과 비위생적인 식당은 물론이고 월드컵에 맞춰 세계인에게 보여줄 만한 문화시설과 문화소프트웨어도 변변치 않다. 공동주최국 일본은 월드컵 준비에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자칫 월드컵이 끝난 뒤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의 후진성이 전 세계에 극명하게 드러나 월드컵을 안치르는 것만 못했다는 후회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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