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국회의원들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국정감사는 한 해에 한번씩 행사하는 국회의 상징적인 권한이다. 3권분립의 한 축을 이루는 국회로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 감시하는 국회의 중대하고도 본질적 기능의 하나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이같은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듯한 행태를 보여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다른 의원들이 질의 답변을 벌이는 사이에 몇몇 의원들은 휴게실에서 바둑을 두는 사진이 보도되었다. 물론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나름대로 국감에 열중하는 가운데 건설교통위 소속 의원 몇명이 잠시 수담(手談)을 나눈 것을 놓고 국회 전체의 업무 태만이라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원일부의 사소한 실수나 태만이라고 해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모처럼 행정부 공무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무슨 태도냐’는 실망이 앞서는 것이다.

재정경제위소속 의원들이 국감을 마친 뒤 피감기관 간부들과 함께 ‘향응성’ 식사자리에 참석해 여흥을 즐겼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광주지방 국세청 간부들과 함께한 이 회식자리가 끝날 무렵엔 노래경연도 곁들여졌다는 얘기다. 피감기관에서 의원들을 융숭하게 접대해 온 것이 해묵은 관례라고는 해도, 이젠 그런 구시대적 유습을 떨쳐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행정부측의 크고 작은 잘못, 이를테면 업자들과 술자리에 어울린 사실을 알거나 하면 엄중하게 꾸짖을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몸가짐은 돌아보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국감현장에서 정부의 비정(秕政)과 실책을 파고드는 의원들의 자세가 예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특히 통계상의 오류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일단 답변자료에 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폭로에 급급, 뒤늦게 구체적 해명이 나오고 보면 별게 아니어서 국민만 어리둥절해하는 사례들이 되풀이된다. 국감감시 시민연대측의 지적대로 정부나 법원측이 실수로 부실자료를 내는 것 자체가 큰 문제지만 폭로에만 집착하는 의원들의 태도도 정도(正道)가 아닌 것이다.

보건복지위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의약분업이나 의료보험같은 현안에 대해 출신 직업이 약사냐 의사냐에 따라 집요하리만치 직역보호에 앞장서는 태도였다는 보도다. 그리고 일부는 정책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서진이 써준 원고를 낭독하는 식이었고, 의료보험통합에 대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의원들의 연구부족 실태파악미흡은 연례적으로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돼온 문제지만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은 기간이라도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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