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대권/법학전문대학원제 효과 크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원래 국민 다수의 부담하에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개혁은 쉽다. 예컨대 세비와 정당 국고보조금 증액이 그것이다. 그러나 혜택이나 이익이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지만 전략적인 위치의 소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개혁은 전략적인 위치를 활용한 소수의 반대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많다. 재벌개혁이 그 한 예일 것이다.

법학교육 개혁이 어려운 것은 바로 소수 법조계 인사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저항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면 마치 큰 잘못이나 저질러지는 것 같이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 법률가 양성교육체제가 우수하다는 점은 굳이 미국 법률가들의 국제경쟁력을 예로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소수 법조인들이 여러가지 구실을 내세워 반대하는 진정한 이유는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와 함께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 종래 그들이 누려오던 엄청난 정치 경제 사회적 특권을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서비스 시장개방 이후 외국인 변호사 유입에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또 입법 통상 금융 노동 지적소유권 환경보호 소비자보호 등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종 법률서비스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장차 통일에 대비해서도 우수한 법률가를 다수 확보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법학대학원 체제가 변호사 수의 증가를 가져온다면 그만큼 소송수임료가 싸질 것이다. 그동안 변호사의 조력을 얻기 어려웠던 영역에서도 그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혜택을 일반 국민은 누리게 될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시험만에 의해서가 아니고 법조윤리를 포함하는 강도 높은 교육 훈련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자는 것이며 더구나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 양성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각종 조사결과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법과전문대학원 도입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소수의 법조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학부는 학부체제로, 전공이나 전문교육은 대학원체제로 나가자는 한국 대학 발전의 방향에 비추어서도 전문법조인을 학부에서 양성하겠다고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업화 정보화되고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는 시대에 교육에 상관없이 시험만에 의해 법률가를 선발하는 지금과 같은 체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대학 입시과열 완화에 기여할 것이며 대학캠퍼스 전체의 고시학원화를 막는다. 우리가 언제까지 의정부와 대전법조비리 사건에서와 같은 비윤리적인 변호사도 양산하는 제도를 고집할 것인가.

한편 법과전문대학원은 신림동고시촌에서 뿌려지는 사교육비를 공교육으로 돌리자는 뜻도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사람이면 의대졸업생 거의 전부가 합격하는 의사시험처럼 대체로 다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변호사시험과 구별해 판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가운데서 선발해 사법연수원 법무연수원 등에서 훈련을 거쳐 임용 활용하는 체제로 나가야 한다.

최대권(서울대 교수·헌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