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멀쩡한 휴대폰 年 2조원어치 날린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멀쩡한 휴대전화 단말기가 중고로 사실상 폐기처분돼 연간 수조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이후 70여만대▼

27일 이동통신 5개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휴대전화 의무가입기간이 폐지된 뒤 업체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교체해주면서 고객으로부터 받아 보관중인 중고 휴대전화 단말기만 70여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동통신사에 납품할 때 받는 단말기 값은 평균 30만원 정도. 용도폐기된 중고 단말기로 인한 비용만 2조원이 넘는 셈이다.

업체들이 새 것으로 교체해주면서 회수한 중고 단말기는 일부만 분실자 등에게 임대용으로 사용될 뿐 재활용되거나 수출되지 않아 심각한 사회적 낭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넘쳐나는 중고 휴대전화〓지난해 4월부터 중고 단말기를 교체해주는 ‘파워체인지’ 행사를 벌여온 신세기통신(017)은 지금까지 45만대에 달하는 중고 단말기를 교체해줬다. 신세기측은 매월 들어오는 2만7000여대의 중고 단말기 중 1만대 정도는 분실자를 위해서 임대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각 대리점에서 보관중이다.

▼일부만 임대용 사용▼

SK텔레콤도 12만대의 아날로그 단말기와 15만대의 디지털 중고 단말기를 각 대리점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 ‘우수고객 기기변경 사은행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통신프리텔도 올해만 5만9000여대의 중고 휴대전화를 교체해줬다.

이밖에 LG텔레콤은 세 차례의 ‘휴대폰 체인지업 행사’를 통해서 1만9781대를, 한솔PCS는 비슷한 행사로 4만2000여대의 중고 단말기를 각각 교체해줬다.

▽수출 급감, 재활용 제로〓IMF 관리체제 이후 중고 단말기를 동남아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대부분 파산하고 현재 남아 있는 업체는 서너곳 정도. 우리와 같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사용하는 시장이 제한되어 있는데다 수출을 하더라도 여러가지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

▼동남아 수출도 막혀▼

중고단말기 수출업체인 리사이텔 지제규 기획실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동남아 중국 등으로 수출을 했지만 요즘은 거의 수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중고 휴대전화는 용도 폐기된다”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중고 단말기 부품을 재활용하려 해도 제조비 만큼의 비용이 드는데다 수출과 내수용 물량을 맞추는데도 생산능력이 모자라는 형편이어서 재활용은 엄두도 내지못하고 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