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석 연휴를 맞으며

  • 입력 1999년 9월 22일 17시 43분


오늘부터 나흘간 추석 연휴다.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경제사정도 한결 나아져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는 작년보다 7.2% 늘어난 3200만여명이 고향을 찾으리라고 한다. 고속도로에 쏟아져 나올 차량만도 1300만여대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민족 대이동’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꼭 고향을 찾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시간과 돈, 자원의 낭비라는 경제적 비효율성의 측면도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란 단순히 효율성이나 경쟁력이란 경제적 잣대로만 잴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년반 동안 대다수 국민은 경제위기로 인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구조조정과 생존경쟁에 시달려온 많은 이들이 나흘간의 연휴동안 정신적으로나마 휴식하는 것은 값진 일이다.

인간은 물질적 부(富)로써만 행복해질 수는 없다. 그런데 지난 30여년간 우리는 양적 성장에 절대우위의 가치를 부여하고 쫓기듯 살아왔다. 인간다운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사치였다. 경제위기는 단순히 역대 정권의 무능이나 잘못된 경제정책 탓만은 아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양적 성장에 매달려온 우리 모두의 생존방식과 오도(誤導)된 가치관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고향이란 모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정신의 안식처다. 민족 고유의 추석 명절에는 이제 그런 새로운 의미가 부여돼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맞는 모두의 의식 전환이며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올 추석 연휴기간에는 잇따른 태풍과 호우가 겹친다고 한다. 교통대란은 말할 것도 없고 그만큼 안전사고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그 자체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첫걸음이다. 이기주의와 무질서가 명절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는 과거의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IMF관리체제를 극복하고 경제가 나아진들 선진국도, 선진국민도 될 수 없다.

정부당국과 관계자들은 이번 연휴기간 중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책마련은 물론 태풍 피해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농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밖에 수재민과 노숙자, 빈곤층 등 명절의 기쁨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추석이 되니까 더 슬프다는 소리는 나오지않도록 가능한 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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