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00대를 '오즈'라 부르자"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90년대를 지배했던 대표적인 단어는 아마 ‘밀레니엄’(1000년)일 것이다. 서구 세계는 앞으로 100일 후, 날짜를 나타내는 숫자판에 세 개의 0이 찰칵하고 나타나는 순간을 향해 엄청난 관심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10년과 관련해서 정말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앞으로 10년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가?

90년대는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부를 축적한 시기라고 할 수도 있고, 발칸 반도에서 야만적인 행위가 자행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도 있고,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꾸준히 부상한 시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90년대를 어떻게 규정짓든 상관없이 90년대는 90년대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앞으로 다가올 10년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여기서 00년대(00’s)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이 이름의 영어 발음은 오즈(Oh’s)가 될 것이다.

이 이름은 우선 숫자상으로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경이와 놀라움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이 이름을 채택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하는 바이다. 다음 달에 출간될 예정인 ‘뉴욕타임스 기사작성 스타일 및 관용어법 지침서’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답변하고 있다. 이 지침서의 공동 집필자 중 한사람인 앨런 M 시걸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이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될지 우선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미국의 국어인 영어의 어법은 지금까지 주로 문어(文語)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이 현상은 너무나 뿌리깊고 뚜렷해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전역에 구어(口語)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그 세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영어는 주로 TV를 통해 전파되는 구어로서의 영어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은 노련한 기자들이 써준 원고를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NBC TV의 앵커인 톰 브로코는 “지금은 자연스럽게 뉴스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뉴스 원고를 쓰지 않는다.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솜씨가 좋은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존 F 케네디 2세의 비행기 추락사고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는 앵커들이 몇시간 동안이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즉석 멘트를 구사하며 방송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영어마저 오락 프로그램의 영어에 점점 압도당하면서 예전에는 운동선수들의 대기실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속어와 구어체 표현들이 일반 가정의 거실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게다가 전자우편에서는 구어체 영어가 글로 쓰는 영어에 거꾸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전자우편을 이용하는 사람들중 대문자 사용이나 문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말로만 의사를 전달할 때는 상대방이 내 말을 잘못 듣고 전혀 엉뚱한 뜻으로 해석해버릴 때가 많다. 이런 오해의사례를1783개나 모아놓은 웹사이트(kissthisguy.com)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다. 여기에 올라와 있는 사례 중에는 노래를 듣던 사람이 “마이클, 보트를 물가로 저어라(Michael, row the boat ashore)”라는 가사를 “내 염소는 볼링 점수를알고있다(My goat knows the bowling score)”로 잘못 들은 예도 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는 문어체의 표준 규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매일 애를 쓰고 있다. 다음달에 나오게 될 기사작성 스타일 및 관용어법 지침서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필자〓잭 로젠탈: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4/rosentha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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