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귀래/도시형 벤처기업 적극 키워야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최근 세계경제의 활력을 지배하는 중심 테마는 단연 벤처기업이다. 벤처기업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 경제를 주도하면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 영국 등은 물론 중진국 및 신흥개발국조차 벤처기업 육성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은 97년 이후 벤처기업 육성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아직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업종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도시에서는 제조업체가 대거 빠져나간 공백을 보완하는 문제가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도시는 인력의 질적 수준이나 정보화 수준이 매우 높아 상당한 정보 및 지식인프라를 갖추었다. 따라서 대도시가 산업공동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형 벤처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도시형 벤처기업이란 정보인프라와 지식인프라를 기초로 네트워크 활용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형 산업이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제조지원형 벤처기업과 애니메이션 패션 등 문화형 벤처기업을 들 수 있다.

21세기 산업의 중심은 제조업이 아니라 정보형 또는 문화형 산업이다. 제조업 자체의 성장이 정체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조업을 둘러싼 제조지원 업종이나 문화중심형 산업의 비중이 증대함을 의미한다.

집적화된 대도시는 이러한 산업의 육성을 통해 제조업이 떠난 빈 자리를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대도시에는 질적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일자리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형 지식문화형 창업이 활발해야 한다.

도시형 벤처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시장수요도 충분하지 못할 뿐더러 사업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형 벤처산업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니메이션 벤처분야를 살펴보면 여전히 선진 애니메이션 기업의 하청에만 머물러 취업인력의 임금구조가 대단히 취약하다. 그동안 이 분야의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해 인력과 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하지 않음으로써 사업의 질적인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특정 분야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의 조성이 그것이다. 민간자본의 투입이 여의치 않다면 공적자본과 민간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 도시집적형 창업에 대한 시설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 임대료가 싸고 각종 지원시설이 갖추어진 벤처집적 시설을 늘려 벤처창업가에게 손쉬운 창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도시형 벤처기업 업종에 맞는 체계적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기본적 능력을 갖춘 대졸인력도 실제 벤처기업에 활용하거나 창업에 이르기에는 일반적으로 현장 능력이 부족하다. 현장밀착형 벤처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도록 공공 및 민간 벤처지원 기관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정귀래(서울산업진흥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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