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한통프리텔의 통계 축소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만일 누군가가 매일 내 전화통화 내역을 몰래 살피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불쾌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는 국민의 사생활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에 고객의 통화에 대한 정보제공 요청을 남발한 수사기관의 행태는 이런 이유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수사기관 뿐만이 아니다.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업체들의 고객 사생활 보호 의지 또한 한마디로 ‘0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335건에서 올 상반기에는 1만3869건으로 무려 4040% 증가한 한국통신프리텔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한통프리텔측은 4일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지난해 정보제공 건수는 335건이 아니라 3350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정보통신부가 분기마다 업체로부터 보고받아 작성한 문서에는 분명히 335건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증가율도 보도내용과 똑같았다.

한통프리텔측은 이에 대해 “사실은 지난해 정보제공 건수를 허위로 줄여 보고했으며 올해부터 제대로 보고하기 시작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확한 정보제공 건수는 4000여건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한통프리텔은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숫자를 조작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같은 ‘거짓말’을 기초로 공식 건수를 집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탈법적인 방식으로 자행되는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정보빼내기도 분통이 터지지만 고객의 사생활을 앞장서서 보호해야 할 이동통신 업체들의 ‘거짓말’은 더욱 한심스럽다.

스스로 인정한 대로 정보제공 건수를 축소해 보고해 왔다면 탈법 정보빼내기의 공범 혐의를 면할 수 없다.

이훈<정보산업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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