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아그라 시판, 걱정된다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말많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국내 시판이 오는 10월초로 결정됐다. 그렇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심혈관계(心血管系)질환이 없다는 병의원의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성생활의 혁명을 부른 세기의 명약’이라고는 하지만 심장병 간질환 저혈압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비아그라를 먹을 경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임상실험 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심장마비 시력약화 등 부작용 비율이 미국인에 비해 1.5∼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잘못 먹거나 지나치게 많이 복용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당국이 비아그라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진단서 제출과 신분증 확인, 1인당 판매량 제한 등 ‘제한 판매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내년 7월까지 ‘차선의 대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현실에 비춰 과연 실효성이 있겠는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약국 판매량을 1인당 하루 2개, 월 8개로 제한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 사람이 여러 병의원에서 진단서를 떼고 여기 저기 약국을 돌아다니며 구입한다고 하면 어쩌겠는가. 또 당장 부담이 되는 병의원의 건강진단서 제출이나 실명 확인 등도 제대로 지켜질지 염려스럽다. 웃돈이 오가는 암거래나 음성탈법거래가 활성화할 위험성도 있다.

이와 같은 우려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나 성의식 때문에 그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제는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성의식은 아직 ‘감춤’에 있다. 그러면서도 정력제 강장제 등 ‘일차원적 성(性)’에 대한 관심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높다. 비아그라의 문제 역시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라기보다는 정력제 강장제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현실에서 비아그라 시판이 어떤 예상 밖 부작용을 낳을지 모른다. 보건당국은 남은 기간에라도 보다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비아그라 시판을 계기로 아무 약이고 좋다면 무작정 먹고 보려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약문화’를 고쳐야 한다. 어떤 약품이든 오남용의 책임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건강한 성, 활기 있는 성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차원적 성’에 의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비아그라가 많은 남성에게 ‘희망’이 되려면 그것이 적정하게 쓰인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비아그라는 치료제일 뿐 정력제가 아니라는 의학전문가들의 말을 다시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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