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특집]인터넷 포털 서비스 '문화 논쟁'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포털서비스는 문화’(토종 포털).

‘글로벌시대에 웬 문화타령’(외국산 포털).

인터넷항해의 관문(關門·포털)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외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때아닌 ‘문화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야후코리아(www.yahoo.co.kr)에 이어 포털서비스 2위를 달리고 있는 토종 포털 ‘다음(www.daum.net)’은 최근 신문광고를 통해 ‘야후엔 없다! 다음엔 있다!’라는 문구의 반(反)야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우리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한국적인 인터넷 세상은 토종 포털인 다음에는 존재하는 반면 외국 인터넷을 번역해 놓은 서비스(야후를 지칭)에는 없다는 것. 영어 알파벳인 ABC순서에 따라 ‘예술(Art)/인문’을 첫 디렉토리로 설정한 번역서비스에 우리 네티즌을 맡겨둘 수 없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다음의 문화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음은 이미 지난달 중순경 ‘이순신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라는 애국심 광고를 내보내면서 외국산 포털의 국내시장 장악에 대한 경계심을 고취시켰다.

이같은 애국심 광고는 ‘포털은 우리 문화’라는 인식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야후코리아와 라이코스 등 외국산 포털들은 ‘글로벌 시대에 웬 문화타령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논쟁에 대한 외국산 포털과 토종 포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외국산 포털〓포털은 문화라는 인식에 공감한다. 인터넷이 점차 생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종만이 제대로 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통합관리와 노하우는 본사로부터 가져오나 콘텐츠(내용)를 단순 번역해서 제공하는 일은 없으며 국내 업체들과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한국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외국산과 토종간의 대립구도를 이용한 반사이익을 노린 마케팅전략으로 판단되며 국내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토종 포털〓포털은 엄연한 문화다. 지금 형성중인 국내 인터넷 포털시장을 외국업체가 장악할 경우 외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내 네티즌의 수요를 즉각 반영하는 토종 포털이 성장해야 한국적인 포털 문화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포털서비스는 일반 공산품 수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산업분야에 인터넷이 확산되는 추세로 미뤄 인터넷을 대변하는 포털시장을 빼앗기면 국내 경제 전반도 어려워진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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