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곳에서 6년간을 보낸 히틀러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었다.
‘빈은 히틀러를 잊고 싶다.’
히틀러의 흔적을 찾아 오는 외부인을 빈은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빈을 히틀러에 연결짓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투였다.
빈 시내 슈툼퍼가세 31에 자리잡은 허름한 건물. 어렵사리 찾은 이 건물 지하층은 히틀러가 6개월간 하숙을 했던 방이다.
이웃 주민이 ‘keller(지하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을 가리키면서 “저기가 히틀러가 살았던 방인데 주인이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CNN 등 외국 방송사들이 자주 취재해 가지만 주인은 히틀러가 살던 곳이라고 자꾸 알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히틀러는 고향에서도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린츠의 히틀러 생가에서는 몇년전 해프닝이 빚어졌다. 생가 앞에다 기념판을 세우려는 시도에 주민들이 반대 데모를 벌였다.
얼마전 방송국이 히틀러 특집방송을 제작할 때는 히틀러 가문의 후손을 찾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히틀러의 유령’은 지금 유럽 지역을 ‘다시’ 배회하고 있다. 하이더 같은 극우 정치지도자들이 선거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이 그런 조짐을 보여준다. 빈 문서보관소의 슈바르츠박사(여)는 “높은 실업률이 극우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히틀러’는 무엇보다 ‘대중의 불만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은 히틀러 사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빈〓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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