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철씨 결국 사면되는가?

  • 입력 1999년 8월 11일 23시 38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결국 8·15사면대상에 포함돼 재수감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다. 확정된 징역 2년 가운데 복역하지 않은 1년6개월의 집행을 면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김씨에 대한 사면복권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온 국민의 절대 다수와 사면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국법질서를 이렇게 흐트러뜨려 놓아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정의관념과 법집행의 형평성, 사법부의 권위 등을 참작하지 않은 자의적(恣意的) 사면조치는 정당성이 없다.

김씨를 사면해주면서 정부가 어떤 그럴듯한 명분을 달지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는 집권당의 정략적 계산에 의한 조치라고 확신한다. 여론의 비난을 감안해 일단 복권조치는 미룰 모양이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 재복역 여부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김씨 사면의 부당성은 어제 그가 재수감을 위한 검찰의 출두요구를 무시한데서도 입증됐다. 그런 사람을 관용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비난여론은 잠깐이고 정치적 이익이 크다’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가 사법을 지배하는 잘못된 현상이 날로 더해가는 현실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김씨는 지난달 26일 재상고 포기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후 17일째 재수감되지 않다가 납득할 만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은 채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법 경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가기관의 법집행 절차를 무시한 김씨도 그렇지만 그의 신병문제를 처리하는 검찰의 자세는 더욱 큰 문제다. 불구속 피고인 중 누구는 실형 확정 즉시 수감되고 누구는 버젓이 밖에서 버티고 있는, 이런 나라가 ‘법 앞에 평등’한 나라인가.

김씨는 형 확정 즉시 재수감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열흘 뒤에야 마지못한 듯 소환장을 보냈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한 김씨를 당장 강제구인해 재수감해야 옳다. 재수감 여부는 사면복권과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면복권은 대통령에 의한 정치적 조치인 반면 재수감 문제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어서는 안될 사법적 절차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의 재수감을 사면복권 문제와 연계해서는 안된다.

검찰마저 정치적 요인에 따라 법집행을 좌우한다면 법이 왜 있는건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김씨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뿌리뽑아야 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다. 상응한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리요,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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