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선천성심장병’치료팀의 박인숙교수는 “산전진단에서 태아의 심장이상이 발견되면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흔한데 사실 이 경우 완치율이 95% 이상”이라면서 “유산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천성 심장병. 심장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생기는 성인의 심장질환과는 달리 심장기형으로 생긴다. 발병률은 100명에 1명꼴로 국내에선 매년 5000∼6500명이 태어난다. 특히 95% 이상은 원인을 알 수 없어 ‘사전 대처’도 어렵다. 단, 나머지 5%는 △염색체 이상 △임신초기의 풍진감염 △과음과 약물남용으로 설명된다. 또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발병률은 2배.
◆ 95%는 완치된다 ◆
“선천성 심장병 하면 흔히 ‘파리한’ 얼굴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비청색증형’이 ‘청색증형’의 4배입니다. 비청색증형은 99% 완치됩니다.”(흉부외과 서동만교수)
비청색증형은 생후 3개월부터 △숨을 가쁘게 쉬고 △맥박이 빠르며 △체중이 늘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특히 전체의 20∼30%를 차지하는 ‘심실중격결손증’은 심장에 ‘구멍’이 있는데 환자의 50∼80%는 한 살 이전에 저절로 낫는다. 또 수술을 받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엔 흉터를 남지 않도록 허벅지 동맥에 미세관을 넣어 치료하기도 한다. 서교수는 “흔히 수술은 한살 이후, 몸무게 10㎏ 이상일 때 해야 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빨리 수술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손톱 발톱 입술 등이 ‘푸른’ 청색증형은 치료가 어렵다. 심장을 이식해야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 폐로 흘러야 할 피가 온몸으로 ◆
임신 20주째였던 A씨(여·28)의 작년 말 태아심장초음파검사 결과. 태아의 심장혈관의 대동맥과 폐동맥이 잘못 연결돼 피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대혈관전위’였다. 6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수술했다. 그냥 두면 6시간 안에 ‘놓칠’ 생명이었다.
이 팀은 대혈관전위와 심장에 구멍이 뚫려 정맥의 피가 동맥으로 섞여 들어가는 ‘활로4징’같은 청색증형 수술에서도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대혈관전위의 경우 91년 이후 성공률이 약 90%(105명 중 95명), 단순 활로4징은 98%(150명 중 147명). 또 심실이 1개인 경우에도 심장이 제기능을 하게 하는 ‘폰탄수술’ 환자 60명도 현재까지 모두 살아있다.
◆ 판도라의 상자,산전진단 ◆
태아 심장은 임신 10주면 완성돼 임신 16∼20주엔 초음파로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아심장전문의들은 “국내에서 초음파로 심장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병원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박교수는 “태아의 상태는 세상에 나오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있더라도 태어나면 좋아질 수 있다”며 “심장의 경우 미리 알 필요도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들여다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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