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서울중앙병원 선천성심장병팀

입력 1999-08-10 18:46수정 2009-09-2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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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선천성 심장병이면 산모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십상이지요. ‘상대’를 탓하다 이혼하는 부부도 있어요.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선천성심장병’치료팀의 박인숙교수는 “산전진단에서 태아의 심장이상이 발견되면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흔한데 사실 이 경우 완치율이 95% 이상”이라면서 “유산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천성 심장병. 심장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생기는 성인의 심장질환과는 달리 심장기형으로 생긴다. 발병률은 100명에 1명꼴로 국내에선 매년 5000∼6500명이 태어난다. 특히 95% 이상은 원인을 알 수 없어 ‘사전 대처’도 어렵다. 단, 나머지 5%는 △염색체 이상 △임신초기의 풍진감염 △과음과 약물남용으로 설명된다. 또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발병률은 2배.

◆ 95%는 완치된다 ◆

“선천성 심장병 하면 흔히 ‘파리한’ 얼굴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비청색증형’이 ‘청색증형’의 4배입니다. 비청색증형은 99% 완치됩니다.”(흉부외과 서동만교수)

비청색증형은 생후 3개월부터 △숨을 가쁘게 쉬고 △맥박이 빠르며 △체중이 늘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특히 전체의 20∼30%를 차지하는 ‘심실중격결손증’은 심장에 ‘구멍’이 있는데 환자의 50∼80%는 한 살 이전에 저절로 낫는다. 또 수술을 받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엔 흉터를 남지 않도록 허벅지 동맥에 미세관을 넣어 치료하기도 한다. 서교수는 “흔히 수술은 한살 이후, 몸무게 10㎏ 이상일 때 해야 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빨리 수술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손톱 발톱 입술 등이 ‘푸른’ 청색증형은 치료가 어렵다. 심장을 이식해야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 폐로 흘러야 할 피가 온몸으로 ◆

임신 20주째였던 A씨(여·28)의 작년 말 태아심장초음파검사 결과. 태아의 심장혈관의 대동맥과 폐동맥이 잘못 연결돼 피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대혈관전위’였다. 6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수술했다. 그냥 두면 6시간 안에 ‘놓칠’ 생명이었다.

이 팀은 대혈관전위와 심장에 구멍이 뚫려 정맥의 피가 동맥으로 섞여 들어가는 ‘활로4징’같은 청색증형 수술에서도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대혈관전위의 경우 91년 이후 성공률이 약 90%(105명 중 95명), 단순 활로4징은 98%(150명 중 147명). 또 심실이 1개인 경우에도 심장이 제기능을 하게 하는 ‘폰탄수술’ 환자 60명도 현재까지 모두 살아있다.

◆ 판도라의 상자,산전진단 ◆

태아 심장은 임신 10주면 완성돼 임신 16∼20주엔 초음파로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아심장전문의들은 “국내에서 초음파로 심장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병원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박교수는 “태아의 상태는 세상에 나오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있더라도 태어나면 좋아질 수 있다”며 “심장의 경우 미리 알 필요도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들여다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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