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北 구형 미그기 도입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북한이 옛 소련 공화국들의 연합인 CIS로부터 미그21기 40여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해석이 엇갈린다. 북한 공군력이 크게 증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낡은 전투기를 교체하는 정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굶어죽는 주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기나 사들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비난받을 일이다.

▽미그기는 옛 소련이 생산한 전투기로 여러 세대에 걸쳐 첨단화돼 왔다. 2차대전때 실전 배치된 미그1,3,5,7은 프로펠러기였다. 46년 처음으로 제트 엔진을 단 미그9가 선보였고 이것을 개량한 미그15가 6·25전쟁에 투입됐다. 그러나 6·25때 미그15는 미국의 세이버(F86)전투기의 성능을 능가하지 못했다. 그 후 북한은 중동전에서 미국의 F4나 프랑스의 미라주와 싸운 미그21과 그 개량형인 미그23을 주력기로 도입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최신예기인 미그29의 성능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F16 개량형에는 미치지 못한다. F16 개량형은 우리 공군의 주력기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그29보다도 두 세대나 뒤진 낡은 기종을 사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은 지금까지 첨단무기 위주로 전력증강을 꾀하지 않았다. 첨단무기는 최소 필요량만 갖추고 중간단계와 구식 장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정규전과 게릴라전의 혼합, 첨단과 구식무기의 혼합이 바로 ‘김일성 전략전술’의 특성이다.

▽올해 북한은 관영언론들의 공동사설 형식을 빌린 신년사에서 강성대국 건설과 군사강국을 강조했다. 먹는 문제 해결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북한이 작년 8월말 광명성1호 로켓을 쏘아 올렸을 때도 거기 드는 돈으로 식량이나 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금강산관광료나 대북지원 물자가 아사직전의 북한주민을 구하는데 쓰이지 않고 전력증강에 들어간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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