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상예보에 국가적 관심을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전 세계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집중 호우에 이은 태풍 기습으로 물난리를 치르고 있지만 지구 건너편 미국은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정반대의 고통을 겪고 있다. 날씨에 관한 한 지구촌에는 과거 체험과 과학 논리를 뛰어넘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재앙은 기상 문제를 단순한 ‘일기예보’ 차원에 머물도록 놔두지 않고 있다. 기상이변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식량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고 이는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또 ‘기상은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과도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기상정보는 갈수록 국가경영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단기 예보뿐만 아니라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 예보까지 내놓고 나라의 미래전략을 짜는 기본자료로 삼고 있다. 우리도 기상예보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수해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반짝 얘기가 나올 뿐 곧 흐지부지되고 마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수해에서도 기상청은 몇차례 잘못된 기상예보를 내보냄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재해에 대비하는데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호우가 시작된 지난달 31일 기상청은 경기북부 지방의 강우량을 200㎜이상으로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의 진로 문제를 두고서도 태풍이 남한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발표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번 풍수해의 책임이 기상청에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수해를 계기로 거액을 주고 슈퍼컴퓨터를 들여와 가동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예보가 빗나간 것은 기상청의 예보능력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장비와 인력 이외에 뭔가 다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아울러 국가적으로 기상예보에 대한 인식에도 문제점은 없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해 방지 대책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기상예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제방을 다시 쌓고 댐을 만드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리 내다보고 마땅한 대비책을 찾는 것은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지닌다. 보다 절실한 것은 기상예보가 ‘날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기상예보에 새로 눈을 떠야 한다. 이는 기상변화에 대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맞서느냐, 아니면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대비하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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