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드는 기상청 24시 "태풍은 어디로…"

  • 입력 1999년 8월 3일 19시 27분


“태풍의 속도가 시속 45㎞로 빨라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중 남한지역을 벗어날 것 같은데요.”

“아직 안심할 수는 없으니 더 지켜봅시다.”

3일 오후 2시경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통합예보실.

제7호 태풍 ‘올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자 예보실 직원들은 다소 한 숨을 돌리는 표정이었다. 태풍이 빨라지면서 하늘이 뚫린 듯 퍼붓던 폭우도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것.

이들은 기상청의 호우비상 근무체제가 태풍 비상근무체제로 변경된 2일 새벽이후 태풍의 진행상황에 대해 1분 1초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기상청 예보실이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한 것은 지난달 29일 남부지방에 6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부터.

평시에 5명이 4교대로 철야 근무를 하는 예보실은 비구름대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형성된 31일부터는 예보관2명을포함한 10명의예보인력이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

현재 예보실은 불필요한 업무 방해를 피하기 위해 예보 관련 인력을 제외한 외부인력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상태다.

문승의(文勝義)기상청장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청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기상통보반 민원실 등 예보 지원부서도 밤낮으로 걸려오는 시민들의 항의 섞인 날씨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기상청 조주영(曺珠英)예보관은 “아무리 심신이 피곤하다 한들 이재민들만이야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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