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올 상반기 6대 정책 실패 사례는 정부의 무능과 정책혼선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부담을 안겨주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일어업협상의 준비 미흡, 현실을 무시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제정, 국민연금 혼선, 두뇌한국 21(BK21)을 둘러싼 갈등, 화성 씨랜드 화재 사고 수습과정의 혼선,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檢警)갈등 등은 행정난맥의 극치였다. 그리고 그것은 정책방향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게을리했고 준비마저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원칙에서 일탈하거나 민심을 외면한 행정도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력 결집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정부대응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미진한 처리는 잇따라 불거져 나온 공직자 비리와 맞물려 정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고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적 냉소를 자아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아파해야 할 것은 개혁의지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강도높게 외쳐왔던 금융 기업 노사 공공부문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제정책 운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흡한 점이 한두가지 아니다. 특히 평가위가 지적한 불합리한 조세체계,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부처간 인식 공유 부족, 대기업 구조조정 미흡 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그중에서도 공정성과 형평성의 차원에서 문제투성이인 조세체계를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동안의 세제개편은 세수목표 달성과 징세편의주의에 매달린 채 수출지원이나 서민생활 안정 등 특정 정책목표를 겨냥한 부분적인 손질이 고작이었다.
우리는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가를 무수히 보아왔다. 단순히 정부 신뢰성의 문제가 아니라 낭비와 비효율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기회비용을 물어야 한다.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부담이다. 그런데도 정책의 실패에 책임을 지는 일은 드물다. 이번 평가위의 지적 또한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쯤으로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과감한 후속조치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