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제주경기장]땅위에 돛올린 전통배「테우」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감귤과수원에 둘러싸인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914번지. 돛단배 한 척이 바다에 떠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게 될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설 곳이다. 현재 터파기공사가 한창이다.

재정문제 등으로 경기장 건립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는 바람에 다른 곳보다 다소 늦은 올 2월20일 착공됐다. 전체 부지면적은 4만500여평. 지하2층 지상4층, 연면적 2만평 규모다. 서귀포시 신시가지 남쪽에 들어서는 이 경기장은 제주공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

이 경기장의 지붕은 옛 사람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연안에 띄웠던 제주지역의 전통 떼배인 ‘테우’의 이미지를 살려 건설된다.

경기장 전체의 윤곽은 제주 곳곳에 산재한 ‘오름(기생화산의 제주말)’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담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경기장 지붕만 눈에 들어와 감귤과수원 삼나무 등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울린다.

제주경기장의 특징은 그라운드가 지면보다 14m 낮은 곳에 만들어진다는 점. 경기장 건설지의 남북간 높낮이가 17m나 차이가 나 북쪽면을 깎아내고 그라운드를 만드는 바람에 그라운드가 ‘지하’에 위치하게 됐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평지에서도 2,3층의 건물 높이에서 경기장을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또 관람석에 앉으면 북쪽으로 한라산, 남쪽으로는 범섬이 보인다. 경기장 외부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제주의 거센 바람과 하루에 700㎜ 이상 쏟아지는 집중호우.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는 시간당 200㎜의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경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배수시설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귀포시는 경기장 지하 80m까지 ‘송이(화산퇴설물의 제주말)’로 형성된 지층이 있어 자연배수구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빗물을 1000t까지 저장할 수 있는 대형 물탱크를 마련해 빗물을 다시 잔디에 뿌리는 등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장 면적의 52.7%를 덮는 지붕은 초속 45m(사라호 태풍시 41m)의 강풍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관중 수용규모는 4만2334석으로 일반석 미디어석 VIP석 장애인석 등으로 구분돼 있다. 경기장내 주차능력은 1024대. 총사업비는 도비(道費)보조 607억원, 시비(市費) 644억원 등 1251억원.

현재 공정률은 8%. 착공이 늦어 공정률이 낮지만 제주지역은 겨울에도 공사가 가능해 2001년 12월 완공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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