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유령」…특수효과-영상 볼만, 구성은 밋밋

입력 1999-07-22 18:12수정 2009-09-2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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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릴러 영화 ‘유령’의 가장 큰 장점은 잘 계산된 조명과 색감, 정밀한 세트와 특수효과가 빚어낸 세련된 영상이다.

드라이 포 웨트(Dry For Wet·스모그를 이용한 수중장면 촬영)방식 등 ‘유령’의 특수효과는 지금까지의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 뮤직비디오를 만든 경력자답게 민병천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인 ‘유령’에서도 깔끔하고 감각적인 화면을 구사했다. 그러나 ‘유령’은 이야기 구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케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비밀리에 만든 핵잠수함을 없애려는 정부의 음모와 반란 등의 상황 전개는 세부 묘사가 약하고 긴장의 고저가 없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모가 드러나는 순간조차 함장의 직설적인 대사와 행동 등 너무 많은 복선이 깔린 탓에 밋밋하기만 하다.

카메라는 두 주연배우 최민수와 정우성을 잦은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비좁은 장소의 한계이기도 하고 두 스타에 이야기 전개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투 톱(Two Top)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승무원들의 공포와 갈등에 대한 묘사는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 톱’가운데 최민수의 연기에는 힘이 너무 들어간 반면 정우성은 맥이 풀려 팽팽한 균형이 실종됐다.

이 영화가 관객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지 못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상황에 비해 너무 거창하고 비현실적인 대의명분 때문일 것이다. “코쟁이나 쪽발이들 앞에 우리의 5000년 역사를 빼앗길 순 없어”하는 최민수의 마지막 대사는 ‘큰 것’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 어색한 폼잡기라는 느낌마저 준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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