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헌동지회 김인식회장/헌법은 운용이 문제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05분


제헌절 51주년을 하루 앞둔 16일 때마침 내각제 개헌문제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헌국회의원동지회 회관에서 김인식(金仁湜·87)회장을 만났다. 김회장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행 헌법을 다시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없고…”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헌절 51주년을 맞는 감회는….

“48년 헌법을 만들었을 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9번이나 개헌을 하면서 헌법이 누더기가 돼버렸다. 지금도 개헌을 하자 말자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제헌헌법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대통령제와 내각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가미한 이상적인 헌법이었다. 국회가 부르면 대통령도 국회에 나와 답변을 해야만 했다. 또 삼권분립을 확실히 보장했다.”

―그동안 9차례나 이뤄진 헌법개정에 대한 생각은….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 임기연장과 권력유지의 방편으로 헌법을 편의대로 뜯어고쳤다.”

―헌법을 가장 많이 왜곡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이승만(李承晩)대통령부터 장기집권을 위해 자기 손으로 만든 헌법을 개정했다. 출발부터 잘못됐다.”

―현행 헌법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제헌헌법에 비교적 가깝게 돼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헌법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이를 운영하느냐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충고할 말이 있다면….

“제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서로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제헌동지회는 모두 209명의 회원으로 출범했지만 현재는 김회장을 비롯해 4명만 생존해 있는 상태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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