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깃발 올린 예산 감시운동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교육부 교단선진화 사업에 677억원, 국방부 무기구입 원가계산 잘못으로 49억원, 3개 연금관리공단과 4개 공제회의 3조3000억원 경영손실….

이들은 경실련이 3월3일 조세의 날을 맞아 발표한 지난해 ‘최악의 예산낭비 사례 10가지’에 포함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경실련은 지난해의 이같은 예산낭비액이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의 추정대로라면 지난해 예산규모 76조원의 약 13%에 해당하는 혈세(血稅)가 낭비된 셈이다. 이처럼 낭비되는 예산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의 ‘예산감시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예산감시운동은 국민의 세금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 적절한 사업에 합리적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운동.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정과세 체계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운동으로 꼽혀왔다.

올해초부터 경실련 산하 경제정의연구소가 예산감시위원회를 구성한 뒤 3월3일 조세의 날을 ‘납세자의 날’로 선포하면서 활발한 ‘활동 원년(元年)’을 맞은 셈이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는 지난해 후반부터 준비해온 자료를 650쪽 분량의 백서로 묶어내 예산낭비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바짝 긴장시켰다.

예산낭비 고발창구도 운영하고 시민예산감시단을 발족시켜 현장조사에 나서자 교육부 등이 개선을 약속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모니터사업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참여연대도 지난해 말부터 준비작업을 해온 끝에 6월 예산감시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시민모임 ‘나라 곳간을 지키는 사람들(곳지사)’을 발족했다.

참여연대는 매주 한번 예산감시 방법을 가르치는 ‘납세자학교’를 여는 한편 각종 공공사업의 정책결정과정과 예산자료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예산낭비사례를 밝혀내는 ‘1인1정보공개 청구운동’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는 3월부터 서울시와 40개 중앙행정부처 장관의 판공비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데 이어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서울시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냈다.

기관장의 ‘쌈짓돈’처럼 인식돼 자의적으로 사용돼온 판공비의 불법적 사용을 막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의 고의적인 예산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공청회를 여는 한편 예산부정방지법(가칭) 입법청원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또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은 3월 중순에 국방부가 80년대말부터 한국형 K1전차의 각종 부품을 사실상 독점공급방식인 유찰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통해 국방부로부터 유찰수의계약방식의 개선과 외국부품에 대한 국산재고번호 부여 중지 등 국방부의 제도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지역수준의 예산감시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광주 전남권의 시민단체인 ‘참여자치 21’은 지난해 12월 광주시와 5개 구청의 99년 예산안을 꼼꼼히 분석, 언론에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참여자치21’을 비롯한 지역시민단체들은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회의 묵인하에 업자들과결탁해선심성사업을 추진하거나 추가경정예산을 과다하게 편성,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시민감시국장은 “IMF체제 여파로 정부가 적자예산을 편성하게 되면서 예산감시운동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 운동의 특성상 관련 전문가의 참여와 시민들의 광범위한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NGO취재팀

권순택(사회부차장·팀장) 김진경(생활부) 윤영찬(정치부) 이진(경제부) 홍성철(사회부) 선대인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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