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덴마크선 과속 꿈도 못꾼다

  • 입력 1999년 7월 11일 22시 38분


좁히고, 굽히고, 돌리고….

북유럽의 덴마크 교통당국이 도로를 건설할 때 염두에 두는 안전 우선의 원칙들이다.

인구 520만명의 덴마크는 80년만 해도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13.3명으로 우리나라의 14.2명과 비슷했다.

그러나 97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29.3명으로 배 이상 늘어난 반면 덴마크는 9.4명으로 줄었다.

덴마크 교통부 산하 도로연구소의 폴 가이브연구원은 “자동차가 도로에서 과속을 하지 못하도록 도로의 구조를 바꾼 것이 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유트랜드 남부 소도시 오벤호의 중심가. 시내를 관통하는 3.1㎞ 구간의 도로에는 중앙에 잔디밭의 ‘교통섬’이 설치돼 있었다. 또 도로 곳곳의 폭이 들쑥날쑥하게 만들어져 있어 지나는 차량들이 과속을 할 수 없도록 돼있었다.

인구 1만5000여명인 오벤호의 이 거리에서는 과속으로 인해 한해에 20건 가량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91년 도로구조가 바뀐 뒤에는 차량의 평균속도가 시속 20㎞나 줄고 사고도 이전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사망사고는 한해 1건이 채 발생하지 않을 정도였다.

가이브연구원은 “속도제한 표지판만 설치하는 경우 실제 속도감소가 자동차의 경우 시속 3.5㎞, 트럭의 경우 시속 2.3㎞인 것과 비교할 때 6∼10배 가량 속도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외곽 도로의 교차로에 신호등을 없애고 교통섬을 중심으로 주위를 도는 로터리(라운드 어바우트)를 만든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가이브연구원은 “코펜하겐 주변 10여곳에 라운드 어바우트를 설치한 후 사고건수가 8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경찰청 과속방지반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 나가 과속을 방지하는 것보다 아예 도로구조 자체를 속도를 낼 수 없도록 만든 것이 사고 예방에 보다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도로연구소 소른 옌슨연구원은 “도로구조를 바꾸는 경우 소통량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지만 사고방지 효과가 커 도로구조 변경에 주민들이 비용을 내겠다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도로를 안전형으로 바꾸면 사고가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주변의 집값도 상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펜하겐의 시민 칼스텐 파슈트(52)는 “도로가 안전형으로 바뀐 곳에서는 다른 차량들도 과속을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나 자신도 과속하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한속도가 시속 30㎞인 주택가 도로의 상당 구간이 아스팔트 대신 돌로 깔려 있는 것도속도감속에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코펜하겐 중심부의 상업지역 도로는 주변의 다른 도로보다 약간 높고 색깔도 다르게 만들어져 운전자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코펜하겐·오벤호〓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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