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린벨트가 풀리는데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27분


그린벨트 조정의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냈다. 그대로 존치할 필요가 있는 곳은 계속 묶고 그렇지 않은 곳은 과감히 푼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이에 따라 전국 14개 개발제한구역 중 7개 중소도시권역은 전면 해제되고 서울 부산 대구권 등 대도시권역은 부분적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이번 그린벨트 구역 재조정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방지와 도시주변의 자연환경보호보다 주민의 재산권보호와 지역의 균형발전 쪽에 무게중심을 둔 정책선택이다. 정부는 환경론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의식, ‘선(先)계획, 후(後)해제 원칙’에 따라 지자체별로 도시계획을 새로 수립토록 해 그린벨트 해제대상 지역안의 토지라 할지라도 임야 등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은 공원과 녹지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지만 그것만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제지역의 난(亂)개발 방지대책과 존치지역의 관리대책 수립도 만만치 않다.

그린벨트 전면 재조정에 따른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해제대상지역 선정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다. 인구규모 개발밀도 녹지율 환경오염 등의 지표를 기초로 종합평가를 한다지만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란 쉽지 않다. 풀린 지역과 풀리지 않은 지역의 형평성만이 아니다. 상수원보호구역 군사보호지역 국립공원 등으로 묶인 지역과의 형평성 시비도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투기억제다. 해제지역을 3년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지만 이것만으로 투기를 막기는 어렵다. 지가상승 억제책이나 땅투기방지책으로서의 거래허가제의 유효성은 빛이 바랜지 오래다. 개발부담금 양도세 등을 통해 지가상승 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야 한다.

셋째, 해제지역의 무분별한 개발 우려다. 해제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권역의 도시기본계획 변경과 새로운 도시계획수립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겠다는 정부 발상은 다분히 관료 편의주의적이다.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만 각 지자체의 경우 선거와 주민의 민원해소, 세수(稅收) 등에만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존치지역의 관리와 보존이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지 않는 지역 주민의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겠지만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새로 조정될 그린벨트가 더 이상 훼손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침해에 따른 보상문제는 보상관련 입법 등을 통한 후속조치로 해결해야 한다.

그린벨트 재조정이 불가피하다해도 졸속은 금물이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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