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속, 진한 솔잎 향이 은은히 풍겨나오는 책 한권이 나왔다. 연극평론가 안치운이 최근 펴낸 `옛길`. 저자가 몇년동안 우리 땅 골깊은 오지를 헤매며 느낀 `체험`과 `사유` 가 유려한 문체에 담겨있다.
이 책에 담긴 글은, 저자가 이 땅의 깊은 산과 그곳에 살고 있는 견실한 이들에게 다가가, 다시 그들로부터 길어올린 것. "기억에 남아있는 부엌의 군불, 들판의 모닥불, 마을과 터의 옛이름, 옛길의 아름다움과 순박한 사람들이 날 사로잡았고, 글을 쓰게 했다"고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문명과 싸워 이겨내지 못`하는 숲속 깊은 곳에 들어선 저자는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 원형(原形)을 잃어버린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인간의 근원적 그리움, 생태적 본능으로서의 자연공간의 오래된 힘을 확인하게 해준다.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