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인간DNA 암호전달에 쓴다

  • 입력 1999년 6월 24일 20시 15분


인간의 DNA를 첩보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정보를 받기로 되어 있는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DNA 띠를 수천만개의 비슷한 DNA 띠에 섞어 암호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DNA를 자그마한 점에 실어 이를 평범한 문장의 구두점으로 위장하여 전달하는 방법도 개발해냈다.

이 연구팀의 팀장인 카터 밴크로프트 박사는 지난 5년간 DNA를 일종의 유기체 컴퓨터로 이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던 중 “DNA를 살아있는 세포의 바깥에서 이용하는 방법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면서 “인간의 게놈(염색체 1쌍)이 지극히 복잡하기 때문에 그 안에 메시지를 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DNA는 시토신(C)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의 네가지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DNA안에서 배열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밴크로프트 박사는 DNA를 암호 전달에 이용한다는 생각을 맨 처음 해내는 것이 어려웠을 뿐 나머지 과정은 아주 쉬웠다고 설명했다. 표준적인 DNA 연구 기술만 이용해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우선 세 개의 뉴클레오티드를 각각 다른 방법으로 배열해서 이를 알파벳 글자와 구두점, 숫자 등에 대응시킨 간단한 암호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R을 나타내는 뉴클레오티드 배열은 T―C―A라는 식이었다.

그 다음에는 이 암호를 이용해서 DNA로 이루어진 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 DNA 띠의 처음과 끝에는 20개의 뉴클레오티드를 독특하게 배열해놓았다. 이 20개의 뉴클레오티드들은 암호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미리 합의한 방법으로 배열돼 있기 때문에 암호 DN

A와 평범한 DNA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DNA 띠들은 인간의 DNA 용액에 합성되었다. 이 용액에 들어있는 DNA 띠들은 암호가 담긴 DNA 띠와 같은 길이로 미리 잘려 있었다.

그리고 연구팀은 작은 점이 찍힌 여과지에 이 용액을 흡수시킨 후 이 점을 잘라 타자로 친 문장의 구두점 위에 겹쳐 붙였다. 이는 적이 이 문서를 가로채더라도 어디에 암호가 들어있는지를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적은 미리 약속된 20개 뉴클레오티드의 배열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의 구두점을 찾아내더라도 3000만개나 되는 DNA 띠 중에서 암호문을 쉽게 식별하지 못할 것이다.

설사 적이 현재는 알려져 있지 않은 인간 DNA의 모든 배열을 알고 있어서 정상이 아닌 DNA 띠를 식별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암호를 보내는 사람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DNA를 조금만 섞어놓으면 암호의 안전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

밴크로프트 박사는 DNA를 이용한 암호 전달법이 기업체의 정보 보안이나 문서의 진위 확인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원들은 분자 생물학 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이 방법을 실제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