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警 이러면 안된다

  • 입력 1999년 6월 24일 18시 33분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의 복귀명령을 계기로 잠복중이던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최근 ‘검찰의 표적수사를 조심하라’는 내용의 지시가 내려진 뒤 긴장하는 가운데서도 다음주로 예정된 경찰대학 기수대표 모임에서 이른바 수사권독립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공세적 자세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어느쪽의 잘잘못을 떠나 양측의 갈등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시국에 민심을 더욱 불안케 한다.

본란은 지난달 검찰이 당시 경찰청정보국장을 구속하면서 전개된 검경의 대립양상을 보며 감정적 힘겨루기가 아닌 이성적 논의를 통해 싸움의 발단인 수사권독립 문제를 풀도록 촉구한 바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내년에 실시하려다 1년 연기된 자치경찰제와 관련해서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과제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논쟁을 수면 아래로 밀어넣을 성질이 아니었다. 검경의 갈등은 그 뒤에도 물밑에서 계속 내연해오지 않았던가.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공론화 과정을 거쳤더라면 오히려 생산적이었을 것이다.

이번 파견경찰관 복귀명령의 경우 경찰은 그동안의 조직개편과 다음달 울산지방경찰청 개청으로 인해 약 2000명의 인원이 부족하게 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권독립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후사정으로 볼 때 경찰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공권력의 양대 기둥인 검경이 이런 소모적 싸움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좋아할 측은 범죄 및 반사회세력뿐일 것이다. 결국 피해는 치안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파견 경찰관 문제만 하더라도 수사공조 차원에서 양측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안이다. 경찰총수가 어느날 갑자기 작전명령식의 일방적 지시로 경찰관들을 원대복귀시킬 성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일단 경찰이 사려깊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들은 그동안 특히 강력사건 등에서 검찰의 수사력과 범인검거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경찰관을 원대복귀시키려면 검찰과 상의, 대비책을 마련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일의 순서라고 본다.

아무튼 검경대립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불신을 받고 있는 검경의 위상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 더욱이 지금은 집단이기주의적 자세를 버리고 모든 국가기관이 합심해 난국을 슬기롭게 타개해야 할 시기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양식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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