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은 지난달 검찰이 당시 경찰청정보국장을 구속하면서 전개된 검경의 대립양상을 보며 감정적 힘겨루기가 아닌 이성적 논의를 통해 싸움의 발단인 수사권독립 문제를 풀도록 촉구한 바 있다. 사실 이 문제는 내년에 실시하려다 1년 연기된 자치경찰제와 관련해서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과제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논쟁을 수면 아래로 밀어넣을 성질이 아니었다. 검경의 갈등은 그 뒤에도 물밑에서 계속 내연해오지 않았던가.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공론화 과정을 거쳤더라면 오히려 생산적이었을 것이다.
이번 파견경찰관 복귀명령의 경우 경찰은 그동안의 조직개편과 다음달 울산지방경찰청 개청으로 인해 약 2000명의 인원이 부족하게 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권독립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후사정으로 볼 때 경찰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공권력의 양대 기둥인 검경이 이런 소모적 싸움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좋아할 측은 범죄 및 반사회세력뿐일 것이다. 결국 피해는 치안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파견 경찰관 문제만 하더라도 수사공조 차원에서 양측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안이다. 경찰총수가 어느날 갑자기 작전명령식의 일방적 지시로 경찰관들을 원대복귀시킬 성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일단 경찰이 사려깊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들은 그동안 특히 강력사건 등에서 검찰의 수사력과 범인검거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경찰관을 원대복귀시키려면 검찰과 상의, 대비책을 마련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일의 순서라고 본다.
아무튼 검경대립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불신을 받고 있는 검경의 위상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 더욱이 지금은 집단이기주의적 자세를 버리고 모든 국가기관이 합심해 난국을 슬기롭게 타개해야 할 시기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양식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