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보스톤]김주환/「오락의 경제」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6분


▼「오락의 경제」마이클 울프 지음 랜덤하우스 타임 북스 ▼

경제학개론 시간이면 누구나 배우는 기본 법칙이 있다. 가계저축이 곧 산업투자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국에서는 저축이 계속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꾸준히 늘었다.

미국민은 저축을 줄이는 대신 영화 음악 극장 비디오게임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컴퓨터게임 디지털콘텐츠 등의 오락물에 점점 더 많은 지출을 해왔다. 저자는 이같은 지출이 투자를 부추겼으며 앞으로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리라고 본다.

재미(fun)와 의미(meaning)에 대한 욕구는 무한하다. 소비자는 음식이 ‘필요’해서 산다.그러나 오락물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원하기’ 때문에 산다. 요즘에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소(E―factor)가 종전 엔터테인먼트와 전혀 상관없던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어떤 비행기를 탈 것인가, 어떤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어떤 자동차와 가구를 구입할 것인가 등이 엔터테인먼트의 내용에 의해 좌우된다.

파라마운트사 MTV 유니버설 등 미국의 여러 거대 미디어 산업의 컨설턴트로 일해 온 저자는 앞으로 경제 발전의 주역은 시장 확대에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자동차 철강 금융서비스 등의 산업이 아니라 바로 오락산업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각종 오락산업간의, 또 오락산업과 비오락산업간의 융합(시너지)효과에 주목한다. 영화에 바탕을 둔 놀이공원이나 장난감 의류 신발 음반 문구류 컴퓨터게임 등의 소비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융합’은 소비자의 새로운 욕구를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쇼핑몰에 가면 가게마다 최근 개봉된 영화 ‘스타워즈’캐릭터 관련 상품을 팔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는 수년내에 주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을 Y세대가 멀티미디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앞으로 많은 구매행위가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매체(쌍방향 케이블 텔레비전이나 웹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모든 비즈니스가 오락의 요소를 필연적으로 지니게 되리라고 본다.

김주환<미국 보스턴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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