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재수의 난」/20세기초 배경「민초의 함성」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영화 ‘이재수의 난’은 박광수감독이 95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작품. 그가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등을 통해 시대와 인간을 고찰해온 대표적인 작가주의 계열이라는 점에서 ‘이재수…’는 제작때부터 주목을 끌어왔다.

1901년 열강의 각축장이 된 조선. 2년전 고종의 칙서를 갖고 제주도에 들어온 천주교 신부들은 급격하게 교세를 확장한다. 일부 질나쁜 교인들은 천주교와 세금을 징수하는 봉세관(封稅官)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갖은 횡포를 부린다. 이에 제주 유생들은 민회를 열고 세력을 규합한다. 통인 출신의 이재수(이정재 분)는 유생들이 차츰 뒷꽁무니를 빼자 우두머리를 자청해 제주성을 함락시키지만 결국 진압돼 처형된다.

이 사건에 대해 역사학계는 민중봉기로 평가하고 종교계는 종교수난으로 본다. 그러나 박감독은 이재수의 난을 철저하게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그린다.

민란의 주도자였던 이재수도 리더십이나 행동양식을 보면 통상적인 영웅상은 아니다. 오히려 좌절한 지식인을 대표하는 채군수(명계남)의 비중을 높이고 감독의 시선이 이입된 까마귀를 등장시켜 애써 사건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전체 170여컷 가운데 7컷을 빼고 모두 제주도에서 현지촬영한 화면의 영상미는 빼어나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해석을 맡기겠다”는 감독의 의도 때문인지 지나치게 상징과 생략이 많아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이 작품은 프랑스측 투자분을 포함, ‘쉬리’보다 6억원이 많은 31억원이 제작비로 쓰였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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