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운용 재점검하라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32분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장밋빛 낙관론이 오히려 우리에게 일말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갖게 한다. 경제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경기회복과 경제회생에 대한 어느 정도의 낙관론과 자신감은 긴요하다. 하지만 요즈음 정부가 내놓는 경제 현상진단과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졸업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에 다다른 감이 있다.

이미 이 난에서 지적했듯이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의 ‘증시 실적장세론’은 역시 성급하고 과장된 감이 있다. 이장관과 함께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도 경기의 거품론을 일축했다. 지난주 오종남(吳鍾南)청와대경제비서관이 밝혔듯이 정부는 국민소득 1만달러 조기회복론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결코 원하지는 않겠지만 이같은 견해는 정부의 저금리정책과 맞물려 일부계층의 투기심리에 기름을 끼얹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정부의 강한 낙관론은 최근의 일부 경기지표와 주가 상승세에 지나치게 고무돼 이를 과대평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숫자를 통해 대통령과 국민에게 경기호전을 서둘러 과시하고 싶어하는 관료들의 조급증 탓일까. 적어도 내년 총선 때까지는 ‘경제의 장미꽃’을 계속 피워둬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공감대이기 때문일까.

어떤 경우든 문제가 있다. 존 도즈워스 IMF한국소장의 최근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경제의 회복세는 저금리와 재정적자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 크게 힘입었으며 이는 시간만 다소 벌어줄 뿐 구조조정을 통한 근본적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판단 위에서 그는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우며 내년 중 다시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가 우리 정부나 국민 앞에서가 아니라 서울 주재 각국 외교관들에게 비공개로 이같이 말한 것은 국내의 경제낙관론이 너무 기세등등하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거기에 내재된 문제들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금리 환율 주가 등에 대한 대증적 처방과 즉흥적 개입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 증시와 일부 부동산시장의 단기과열 후 급랭 우려에도 대처해야 한다. 내수중심 경기부양의 한계와 국제수지 흑자감소 등 문제 소지를 깊이 인식해 긴 눈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 상황을 중시, 자본이동에 대한 점검시스템과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금의 경기 회복세를 근본적 경제체질 강화로 연결시키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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