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非理 조합」 농축협

  • 입력 1999년 4월 22일 07시 49분


원철희(元喆喜)전농협회장을 구속함으로써 50여일간 계속된 검찰의 농축협 비리수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검중수부 등 전국의 검찰이 동원된 이번 수사에서 2백40여명의 농축협 임직원이 구속됐다. 농협회장은 94년 한호선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다시 구속됐다. 농협은 줄초상을 맞은 셈이다.

이번 수사에서는 협동조합의 경영방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또 농민을 직접 상대하는 중하위직 농축협 직원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심각한 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농축협 중앙회 간부들은 79년과 94년 농협 수사때와 달리 뇌물 액수가 줄어들었지만 농민의 피땀이 어린 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해 막대한 손실을 냈다.

축협은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익이 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며 49억9천여만원의 자본잠식을 위장했다.

농협은 부도 직전의 회사에 잘못 대출하거나 지급 보증을 서 수백억원의 농협 돈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

수사관계자는 “공동의 재산을 관리하는 협동조합 임직원들이 책임 불감증에 걸려 있었다”며 이들의 방만한 운영방식을 꼬집었다.

농축협 하위직의 부패상은 ‘비리 만물상’을 연상케 했다.

농기구에 사용할 면세유를 시중에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긴 직원, 농민 대출용 자금으로 사채놀이한 직원, 다 망해가던 한보그룹의 융통어음을 받아주고 뇌물을 챙긴 직원.

뿐만 아니라 농협유통이 뇌물을 받고 비싸게 납품받아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어처구니없는 비리까지 있었다.

농축협은 농축협 직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민과 축산업 종사자를 위한 그야말로 ‘협동조합’이다. 주객이 뒤바뀐 농축협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위용<사회부>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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