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상춘/증시 상승세 떠받치려면…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금년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3%나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것도 아닌데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 수단이 각광을 받으면서 증시수요 기반도 확충되고 있다.

★자금 설비투자 연결을★

앞으로 주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고객예탁금이 사상최대 수준인 7조원에 이를 만큼 투자열기가 한층 달아오른 상황에서 이 문제는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아쉽게도 단기적으로는 불안요인이 많아 보인다. 아직까지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주가가 너무 오르지 않았느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어렵고 증시호조를 배경으로 본격화할 기업들의 증자물량도 부담이 된다. 엔―달러 환율도 1백25엔 내외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종합주가지수 700∼750선을 앞두고 조정국면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른 만큼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대로 앞으로 예상되는 조정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행히 이번 조정국면은 골이 그렇게 깊지는 않을 것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고 시중에 풍부한 자금사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선 상장기업들의 영업실적도 증시에 반영되면서 실적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엔화 환율변화가 6∼9개월 후에 수출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엔화 강세가 금년 하반기에는 수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장기업들도 차입금 감소와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상이익이 금년에 70%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자금의 유입은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간 자금흐름은 기대수익률과 투자에 따른 위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세계 각국이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이 이런 기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지만 자본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로 기대수익률이 그렇게 높지 않고 유럽경제도 금리를 인하할 만큼 둔화세가 완연하다. 러시아 동유럽 중남미도 연초에 불거진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국제자금이 재유입될 만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냄비식 정책」 없어야★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금년 하반기 들어서는 재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주가를 예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금년말 주가를 예상해 본다면 최소한 800선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정책을 신중하게 가져가야 한다. 과거 증시가 낙관적일 때처럼 인기에 영합하는 ‘냄비식 경제처방’을 하면 끓는 물이 넘쳐버리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끓는 물이 넘치면 데는 사람은 대부분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에 증시호조를 틈타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그 용도를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비나 투기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고 어떻게 해서든 설비투자로 연결시켜서 IMF사태로 약화된 성장기반을 재확충하고 21세기에 예상되는 과제들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증시 상승세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추가세수 확보가 가능해져 정책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도 IMF 사태로 감소된 소득을 보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실업문제로 야기된 사회불안 요인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상춘<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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