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혁명 8]「온라인 커뮤니티」확산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회사원 김홍일(金洪日·44)씨는 매일 오전 6시50분이면 사무실에 들어선다. 아침 일찍 회사에 나오는 이유는 인터넷전용선이 깔린 회사에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넉달 전 인터넷서비스 ‘신비로’의 ‘차(車)사랑’ 동호회에 가입한 그는 회원들과 자동차정비 카레이스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도 나눈다. 김씨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도 수시로 접속해 글을 올리고 채팅을 하다보면 10년은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금 사이버세상에서는 인터넷을 사회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공동체)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 여행 음악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독립적인 온라인게시판을 만들어 사람을 끌어모은다. 구두수집광에서 헌혈자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같은 관심거리를 가진 사람들이 컴퓨터를 통해 만나고 있는 것.

무료 E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李在雄)사장은 “예전에는 누가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갖고 있고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모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우선 전자상거래 시대의 소비집단으로 부상,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같은 유형의 회원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유력한 구매자가 되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신속한 통로가 되는 셈.

예컨대 포도주회사는 와인동호회에 접속해 주요 고객을 관리할 수 있고 여행사는 여행 커뮤니티에서 효율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조직된 구매자라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동호회에서 단체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는 여러 휴대전화업체가 제시하는 조건을 검토한 뒤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판매자중심에서 구매자중심으로 권력의 이동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전자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적 온라인 커뮤니티의 등장도 주목된다. 인터넷 기반의 PC통신서비스 ‘넷츠고’는 최근 국민회의 홍보위원회와 함께 일종의 모의국회인 사이버국회를 열기 위해 인터넷선거를 치렀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네티즌 2만3천여명이 온라인투표에 참여, 인터넷으로 유세를 벌인 68명의 후보자 중 20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았다.사이버국회(webpol.ncnp.or.kr)는 시민단체 등에서 10명의 전국구의원을 추천받아 12일 개원할 예정.

넷츠고의 김원식(金元式)정보서비스팀장은 “사이버정당 등 정치적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네티즌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실제 정치의 압력단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적 감시자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요 드라마 광고 등의 표절의혹 제기. PC통신 하이텔의 ‘시네마천국’ 동호회 한 회원이 96년초 인기그룹 룰라의 히트곡이 표절임을 밝히는 자료를 게시판에 올려 활동을 중지토록 하기도 했다.

하이텔 헤비메탈동호회는 5천여명의 회원이 5년째 표절 감시활동을 벌여 작곡자나 프로그램제작자 등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16부작으로 준비한 MBC 미니시리즈 ‘청춘’은 네티즌들이 제기한 표절시비에 휘말려 지난달말 결국 10부를 끝으로 조기종영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단순히 취미와 사교의 범주를 넘어 일상 사회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에서 단체가 형성되고 집단의견이 표출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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