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 입력 1999년 4월 4일 19시 38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이번 주 경남 대구순방 일정과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귀향활동 계획이 정가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양측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깊은 계산하에 행하는 나들이라는 해석들이다. 어차피 현재의 공동정권측,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손에 떨어지기 어려운 이 지역의 ‘불편한’ 정서를 비집고 정치적 재기(再起)나 ‘명예’회복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바람에 주로 TK PK지역 출신의원이 많은 한나라당 지휘부를 비롯한 정치권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전대통령의 경우 오래 전부터 상도동 집에 민주계출신 의원들과 옛 동지들을 불러모아 이른바 ‘안방 정치’를 해왔다. 그는 더러 한일어업협정 등 현정권의 실책을 비판함으로써 정계를 자극하고 관심을 유도해왔다. 전전대통령도 측근 부대를 이끌고 ‘산행 정치’를 시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그의 심복으로 통하는 장세동(張世東)씨가 서울 송파갑지역의 보선 출마설을 흘려 세인의 관심을 끈 데 이어 여러 ‘5공인사’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실패한 전임 정권측의 움직임은 두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인적 정체(停滯)를 청산하고 구시대적 정치유산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정치권이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할지언정 더 복고화하고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새 물을 갈아 넣고 21세기 새 비전을 내놓기는커녕 거꾸로 가느냐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5공정권이 어떻게 태어났고, 그 구성원들이 무슨 일을 했으며, 사법적으로는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는 더말할 나위도 없이 명확하다. 그 리더 전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법률적 처단도 이미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문민정부의 실정(失政)에 의한 외환위기와 경제난 실업 등은 오늘의 국민 모두가 절감하는 고통이요, 상처다. 문민정부의 리더 김씨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오늘의 암울한 현실자체가 웅변한다.

둘째, 두 세력 모두 특정지역의 지역정서에 편승해 호소하려 함으로써 우리 정치의 암적 유산인 파편화 지역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배경에는 현정권과 여야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통합 상생(相生)의 정치가 안되고 지역민심을 고루 추스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 틈새를 비집고 구세력이 준동을 꾀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 해서 ‘흘러간 물’이 지역정서를 볼모삼아 또다시 정치세력화를 노리고, 지역감정이 이를 뒷받침한다면 그것은 이나라 역사의 불행한 뒷걸음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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