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인환/1회용품 규제 잘 되려면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환경부가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시행규칙을 제정해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음식점에서는 1회용 컵 접시 나무젓가락 등을 사용할 수 없고 10평 이상의 유통매장에서는 비닐봉지나 쇼핑백을 무료로 나누어주면 안된다.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1회용 폐기물의 양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 1천t이 넘는 1회용 폐기물이 발생한다. 1회용 폐기물은 비닐봉지 쇼핑백 스티로폼 용기 등 합성수지 재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 유통업체 지속 감시를

주부들이 종량제 쓰레기봉투 속에 7,8개의 비닐봉지를 넣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주범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비닐봉지다.

폐비닐은 오랫동안 썩지 않아 토양을 황폐화하고 매립지의 안정화를 저해한다. 소각할 때는 대기 중에 다이옥신 등 맹독성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다이옥신은 발암성 물질이며 환경호르몬 물질로도 지목되고 있다. 여러 이유를 들 것도 없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합성수지 폐기물 발생을 줄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폐비닐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다. 70년대 중반에 박정희대통령이 농촌의 폐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보호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자연보호라는 구호를 내세웠으나 기실 폐비닐문제를 국민운동 차원에서 해결해보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자연보호운동은 비닐 쓰레기로 더러워진 국토를 청결히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오늘의 폐비닐 문제는 단순히 국토의 청결문제를 넘어섰다. 이를 처리하는 자체가 어려운 과제다.

비닐제품의 사용을 처음부터 억제해 폐비닐의 발생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비닐사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의 생산이나 사용을 금지하면 될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비닐제품의 편리성 측면에서 볼 때 불가능한 일이다. 비닐제품의 불필요한 사용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정착시키는 일뿐일 것이다.

1회용 비닐봉지 사용 규제의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 수긍하는 이상 남은 과제는 실천 뿐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지 2주 남짓 밖에 안된 시점에서 그 성과를 성급히 판단할 수는 없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백화점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업소 중에서 1회용 봉투와 쇼핑백의 유상판매 또는 환불제를 실시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소에서는 대부분 비닐봉투는 20∼50원, 종이 쇼핑봉투는 50∼1백원에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되가져오면 판매금액을 돌려주는 환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 국민들 적극호응 절실

빠른 성과에 집착하거나 서둘러서는 안된다. 시장의 판매관행과 전 국민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인데 시행한지 두어 주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통매장에 대한 규제는 지속적이고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비닐봉지의 무료제공은 고객유치 등 판매경쟁과 연관돼 있다. 유통업체들 사이에 눈치보기 경쟁이 벌어지면 이 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

몇년 전 목욕탕과 숙박업소에 대해 1회용 샴푸의 무료 제공을 금지했을 때 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업소가 함께 이를 준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유통업체에 대한 지도 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규제는 잔손질이 많이 가고 인기 없는 일이어서 지방정부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사명감을 갖고 1회용품 사용 규제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협조를 강조하고 싶다. 1회용품 사용규제 자체가 국민적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부 언론 및 환경단체가 공동감시자가 되고 국민적 호응을 얻어야만 환경을 파괴하는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김인환<계명대 환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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