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오잘란체포 정보전쟁

  • 입력 1999년 2월 19일 19시 20분


1976년 6월27일, 승객 3백61명이 탄 에어 프랑스기가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에게 공중납치돼 우간다 엔테베공항으로 끌려갔다. 인질중엔 이스라엘인 1백3명이 포함돼 있었다. 납치범들의 요구조건은 이스라엘 서독 케냐에 수감돼 있는 동료들을 내놓으라는 것. 7월3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특공대원 1백여명을 태운 군용기 4대를 엔테베에 보냈다. 한시간의 특공작전으로 인질극은 평정됐다.

▽엔테베작전으로 모사드가 신화적 정보기관이 됐다면 이번 오잘란 체포로 터키의 머룬(밤색)베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벌인 머룬 베레작전 내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BBC방송은 모두 터키가 그런 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 CIA와 모사드가 함께 도와주었다는 관측이다.

▽특공작전은 군대와 정보기관의 능력이 합쳐져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용맹스러운 특공대도 유능한 정보기관이 눈과 귀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터키의 정보기관 MIT는 그다지 명성을 얻은 편이 못된다. 더구나 오잘란의 은신처가 나이로비의 그리스 대사관이었으며 그리스는 터키와 앙숙이다. 터키정보기관이 단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나이로비에서는 작년 8월 미국대사관 폭탄테러가 터졌다. 미국은 이 사건의 범인을 뒤쫓다가 오잘란을 포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돌고 있다. 이라크 응징을 위해 터키내 군사기지 사용이 필요한 미국이 터키를 도왔으리라는 것이다. 모사드는 테러리스트 추적정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스라엘도 아랍과 싸우는 데 터키의 협력을 받아야 할 처지다. 정보기관들의 냉엄한 국익추구 드라마를 보는 것같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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