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빙빙도는 서울-일산 버스노선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49분


오전 7시.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김모씨(42·회사원)에게는 ‘운명의 시간’이다. 여유있는 출근길이 될지, 아니면 짐짝 취급을 받으며 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할지가 판가름 나는 시간이다.

광화문의 직장까지 한번에 데려다 주는 좌석버스 915―1번(일산신도시 대화동∼서울역)이 있기는 하지만 오전 7시만 넘으면 입석승객으로 가득차 ‘콩나물버스’가 된다.

그래서 늑장부린 날은 신촌역까지 운행하는 좌석버스(6개 노선 1백44대)를 타고 들어와 시내버스를 갈아탄다. 교통비는 4백원가량이 더 든다.

지하철도 이용해 봤지만 서울 도심까지 가는데는 1시간 이상 걸린다. 역시 오전 7시를 넘기면 넘쳐나는 승객들로 ‘콩나물 지하철’이 된다.

승용차로 여의도 직장까지 출퇴근 하는 박모씨(35). 그에게 운명의 시간은 오전 6시반이다. 이 시간 전에 자유로의 일산 길목인 장항IC나 이산포IC를 빠져나가지 못하면 자유로상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한숨만 ‘푹푹’ 내쉬다 지각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퇴근때도 오후 6시반이 고비다. 이 시간을 넘기면 오후9시까지 서울에서 일산을 향한 차량혼잡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심야근무 혹은 늦은 술자리로 자정을 넘기는 사람에게는 퇴근 교통편이 궁색하다. 915―1번 버스가 오전 2시까지 운행되지만 광화문이나 시청에서 이미 좌석이 다 차 버린다.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알택시’의 바가지 요금 횡포가 사라진 것. IMF로 승객이 크게 줄자 택시운전기사들이 서비스와 요금체계를 바꾼 탓이다.

요금은 미터기 요금에 5천원만 더 받는다. 미터기 요금만 받는 콜택시도 생겼다. 일산신도시에 사는 서울 개인택시 기사 1백여명이 설립한 ‘한강 콜택시’는 일산까지도 미터기 요금으로 운행한다.

일산신도시 주민 박영철씨(42·고양시 일산구 일산3동)는 “신도시 주민중 상당수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으므로 서울시는 도심까지 운행하는 좌석버스 노선 확충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고양시도 빙빙 도는 버스의 노선도 직선화해 가급적 서울∼일산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도록 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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