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재미 여성사업가-마라토너 나은경씨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54분


성공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극한상황까지 몰고가 뭔가 끝장을 보는 것이다. ‘워킹 뉴요커(Working New Yorker)나은경(羅恩卿·49)씨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우연히’ 마라톤을 시작한 88년이후 11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고 또 달렸다.

서른여덟에 입문하면서 10차례 풀코스에 도전해 단 한번의 낙오없이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3시간55분0초.

지난해 말 두번째 저서 ‘인생?마라톤!’(베스트셀러출판사)을 출간한 후 최근 고국에 온 나씨. 짧게 쳐올린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반짝이는 눈빛이 간단치 않다.

“왜 달리느냐구요? 그건 달려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깁니다. 일주일에 1백50㎞정도를 달리다 보면 몸은 극도로 지쳐있지만 머리는 맑아집니다. 바로 내가 사는 이유구나 싶습니다.”

그는 자택에 마련한 홈오피스(나&어소시이트)에서도 ‘까무러치기 직전까지’ 일한다고 했다.

“일감이 밀릴 때면 사흘동안 50시간씩 몰입해요. 일을 ‘야무지게’ 처리한 다음의 느낌을 정말 사랑합니다.”

평범, 그자체였던 나씨가 ‘악바리 인생’을 시작한 것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유학길에 오른 76년부터.

미네소타주립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시티은행 뉴욕본사에서 한국관련 정보 전산화작업을 하면서 컨설팅과 인연을 맺었고 대학교수인 남편(마이클 보리스)을 만났다.

나씨는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성취가 있다고 강조한다.

“달리기 글쓰기 회사일에 몰두하다 보면 친구나 친척들에게 소홀해지기 쉬워요. 나이가 더 들면 외로워지겠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는 ‘당신도 할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을 달리기에 입문시킨 남편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한다.

“남편은 늘 ‘내가 괴물하나 만들어낸 것 아니야’라고 농담하지만 저는 성실함 그 자체인 남편을 존경하고 있어요. 경영학교수로 책읽고 논문발표하고 강의하는데다 철인 3종경기까지 해내고 있으니….”

나씨는 남편이 새해부터 3년간 일본에 교환교수로 부임하게 돼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고국의 산과 들을 마음껏 달리면서 IMF로 자신감을 잃고 사는 한국 여성들을 ‘세뇌’시킬 생각에 그는 요즘 정말 들떠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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