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스트레스]『본인 풀기에 달렸다』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18분


《경쟁사를 ‘물리친’ 공로를 인정받아 과장→차장→부장으로 승진하는 데 4년이 걸린 N사 이부장(36). 어린 부장으로 ‘신동’소리를 듣는 그는 스트레스를 모른다.“일이 적성에 맞고 즐겁다”일이 안 풀릴 때도 그는 마치 ‘퀴즈’를 푸는 듯 즐거운 모습. ‘차세대 대표이사감’이라는 하마평이 나돌 정도.》

▼ 슈퍼맨 ▼

스트 스를 받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기란 하늘에 별 ‘달기’. 그러나 과중한 회사 업무, 미묘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에 잘만 대처하면 이부장처럼 즐겁게 일하고 인정도 받으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성기능장애 심장질환 폐렴 알콜중독 탈모증 고혈압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걸릴 걱정 없는 슈퍼샐러리맨이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

▼ 못말리는 슈퍼맨 ▼

S상사 심과장(32)은 ‘평정’을 잃은 적이 없다. 일이 많으면 ‘야근하면 되고’, 상사가 꾸지람 하면 ‘짖어라 짖어’, 진급이야 ‘안되면 말고’. 언뜻 이부장 같은 ‘슈퍼맨형’으로 보이지만 다르다. 심과장은 경쟁심이 없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고문관형’인데 이 타입도 이시대 직장인의 한 부류.

▼ 푼다&쌓는다 ▼

주중에 갖는 2, 3차례의 술자리와 적당한 흡연, 매주 토요일 오후 수영하는 것으로 일주일 동안의 스트레스를 푸는 S사 양부장(41). 허구한날 술 담배에 찌들어 살지만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며 동료들을 피곤하게 하고 주말에는 잠만 자는 J사 강대리(33). 이 두 사람이 현실에서는 가장 흔한 경우. 잘사는 게 유일한 목적이던 70년대에는 강대리와 같이 돌연사의 위험을 안고 사는 스트레스 ‘축적형’이 많았다.

‘삼페인을 터뜨린’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양부장 같은 ‘해소형’이 많아졌다가, IMF시대에 축적형이 다시 늘고 있다는 분석. 심리공학연구소 최창호소장. “타고난 성격에 가까운 슈퍼맨형으로 단번에 바꿀 수는 없어도 외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축적형→해소형의 이동은 가능하다.”

▼ 문제중심&정서중심 ▼

축적형이 느는 것은 해결 방법이 한 눈에 안 보이는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 감봉 정리해고 빅딜…. 여기에 주위의 신경 날카로운 사람들. 해소형도 해답없는 문제 앞에서는 축적형으로 돌아서며 술 담배가 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소형도 ‘IMF스트레스’ 앞에서는 모두 축적형이 될까? 대구대 재활심리학과 전겸구교수. “존재하지도 않는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수입은 줄었지만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식의 ‘정서적 타협’이 필요하다. 키가 작은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실직자가 당장 내일 키가 크고 돈과 직장이 생기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일.”

덕성여대 심리학과 김미리혜교수. “축적형은 우선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체크하면 자연히 해소법에 대한 관심이 생겨 해소형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아진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과장. “경쟁이 심한 프로의 세계에서 스트레스 관리는 하나의 ‘업무’다. 슈퍼맨형의 몸 값이 비쌀 것은 뻔하지 않은가.”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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