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우물안 개구리」 한국 법조계

입력 1998-12-06 19:21수정 2009-09-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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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국제인권문제 연수를 마치고 최근 돌아온 한 변호사는 한국 법조계의 ‘후진적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ICJ에는 15명의 재판관과 50여명의 재판연구관(Legal Advisor), 5백86명의 스태프가 상근하고 있었지만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다. 재판관 중에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와 시에라리온 등 군소국가 출신도 있었고 부의장은 스리랑카인이 맡고 있었다.

최근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에 대한 영국 최고법원의 판결과 옛 유고 및 르완다 전범(戰犯)처벌을 위한 국제형사재판소(ICTY 및 ICTR)의 활동은 법의 영역에서도 국가간 경계가 없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국은 이제 이들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전문인력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들의 활약은 국력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법조계의 현실은 ‘우물안 개구리’다. ICTY에도 61개 국가에서 11명의 재판관과 5백85명의 스태프 등이 일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없다. 비슷한 규모의 ICTR에도 한국인이 없다.

국제상설형사재판소(PICC)도 2000년 창설을 목표로 설립작업을 구체화하고 있으나 법조계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법조계의 풍토를 보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법정을 오가며 송사(訟事)로 돈벌이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국제조류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로스쿨에 유학을 다녀오는 변호사들이 많지만 대부분 돈벌이에 직접 관계되는 사법(私法·Business Law)을 전공하고 국제기구에서 필요로 하는 공법(公法·Public Law)은 외면한다.

법조계의 고립은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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