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좋아진다지만

  • 입력 1998년 12월 6일 19시 21분


우리경제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비관적 전망만 내놓던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원화표시 국채의 투자등급을 투자적격 수준으로 높였다. 외국인의 투자규모도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주가가 7개월만에 처음으로 490대를 돌파했다. 부동산경기도 꿈틀대기 시작해 아파트분양 청약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위기를 통한 경제의 선(善)순환이 기대된다.

무디스의 이번 평가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임박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이 아직도 뉴욕 금융시장에서 정크본드(쓰레기채권)로 분류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국가신용도까지 올라간다면 외자유치는 그만큼 활발해질 것이다. 자본이 부족한 나라에서 외국인의 투자가 증가하면 경제회복은 빨라진다. 1년 전의 암울했던 상황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희망적 여건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청와대가 공식논평을 통해 “정부가 4대개혁을 꿋꿋이 실천한 결과”라고 반색을 할 만큼 상황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경제가 긍정적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 만큼 안정세에 들어간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개선은 국제금리하락과 바닥권의 국제원자재가격 등 대부분 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 정부가 개혁에 성공해서 얻어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은행합병은 아직도 마무리에 진통을 겪고 있고 기업의 구조조정은 겨우 시작단계에 있다. 지난 1년간 해놓은 게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보고 반성할 시점에서 정부가 자화자찬부터 하는 것은 성급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대기업들의 본격 구조조정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리될 인원이 10만명에 가깝다는 전망을 보아도 그렇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들도 구조조정의 도미노권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때 우리는 또한번 홍역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한시적이긴 하겠지만 기업인수 및 합병과정에서 나타날 공백현상도 생산과 수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구조조정의 효과로 신규 고용창출이 이뤄지려면 최소한 2년은 필요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전례다. 몇가지 지표만으로 흡사 우리가 터널의 끝에 이른것처럼 들뜨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속을 채우면서 다짐을 하는 일이 우선이다. 기업구조조정에 흔들림이 없어야겠고 금융기관의 개혁도 서둘러 끝내야 한다. 차제에 국민의 경제의식 혁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부분이 정부가 주도해야할 일들이다. 외부의 평가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차분하게 앞으로의 1년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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