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 리포트]카크레인 BT연구소장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피터 카크레인(52) BT연구소장은 “데이터는 넘쳐흐르는데 진짜 필요한 정보는 눈에 띠지 않는 풍요속의 빈곤의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는 문자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의 대형도서관들은 1억권 이상의 책을 서가에 진열해 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홈페이지를 양산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간단한 문장으로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다.

“10계명은 1백35단어로 되어 있고 주기도문은 70단어 밖에 안됩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조차 1천4백88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요즘엔 양배추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유럽연합(EU)협정서가 7천단어로 되어 있다”면서 “인간이 간결하게 진술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크레인소장은 “한 번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한 번 본 것은 기억하며 한 번 해본 것은 이해한다”는 옛 중국속담을 들면서 “수천년 전에 누군가 그처럼 영감이 넘치는 말을 했다니 놀랍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낭비하며 ‘말의 언덕’‘말의 산’을 쌓지 말고 그대신 심플한 문장과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한다.

“공자가 가상현실(VR)을 알았다면 제자들에게 시뮬레이션을 한 번 해 보고 만물의 이치를 소상히 깨닫게 했을 것”이라는 농담도 곁들였다.

그는 VR과 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엄청나게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디자인을 VR로 검토할 수 있다면 건축업자들은 30% 이상 경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과학실험실에서 분자나 원자의 내부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죠. VR개구리를 해부하고 VR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평면에 갇혀 있던 모든 사물이 3차원 입체화면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겁니다.”

〈마틀샴〓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