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느닷없는 新正휴일 단축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신정(新正) 휴일을 며칠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건국 이후 사흘과 이틀 사이를 오락가락한 신정 연휴 변천사를 보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정 휴일은 이중과세 문제, 국가경쟁력 측면, 국민정서와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반드시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쳐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갑자기 내년부터 신정 휴일을 하루로 단축키로 한 결정에는 문제가 있다.

신정 휴일에 관한 해묵은 논란을 다시 벌이자는 게 아니다. 정부가 느닷없이 신정 휴일수를 변경해 국민생활에 큰 혼란을 주게 된 절차상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해를 불과 한달 앞둔 시점에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침결정으로 여러 분야에서 혼란을 겪게 됐다.

99년 달력 제작을 이미 거의 끝낸 업자들은 재발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예약을 받아놓은 호텔 항공사 등 관광관련 업계는 무더기 해약사태가 오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다. 연휴일정에 맞춰 각종 예약을 해놓은 시민들도 취소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달력 제조업계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침에 반발, 이를 무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가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마저 빚은 것이다. 국민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조치라면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크게 문제될 리 없다. 불편이나 불이익을 주는 방침을 공론화과정 없이 불쑥 결정하는 것은 국민을 가볍게 보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무회의가 그쪽으로 쉽게 결론을 내린 의사결정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변화를 전혀 사전 대비없이 맞이하게 됐다.

국무회의에서 개정하기로 한 것은 형식상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다. 즉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공서 공휴일은 공무원들에게만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생활이 그것을 기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신정 휴일 단축 여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납득할만한 설명과 예고 없이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 엄연히 찬반 양론이 있는 사안이다.

휴일 변경에는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예고기간을 거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미리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더구나 내년의 경우는 1월2일이 토요일이어서 1월1일 하루만 휴일로 하는 것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신정휴일 단축이 옳다 하더라도 새해부터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느닷없이 결정하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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