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카드 위조 비상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현대사회에서 신용카드는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도구다. 신용카드 하나로 사회구성원들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고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신용을 잃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신용사회는 붕괴되고 경제생활은 위축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은행 BC카드 위조사건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신용카드의 위조나 변조에 대한 방비책이 너무 허술하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뒷면의 자기테이프 정보를 대량 복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야 카드복사기 구입에 들어가는 몇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복사기도 시중에서 아무나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얼마든지 불법복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로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불법복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선진국에서 실용화된 지 오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국내 카드회사들은 사용을 기피해 왔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터졌다.

카드회사가 갖고 있는 정보시스템의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 담당직원이 아닌데도 고객의 신용정보에 수시로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BC카드사가 과연 남의 신용을 취급할 자격이 있는 회사인지 의문이다. 범인들이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위조카드로 수십회에 걸쳐 거액을 인출하는 것을 발견하고도 초기대응에 소홀했던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책임은 1차적으로 고객의 신용을 지켜주지 못하고 직원을 관리하지 못한 카드사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범법행위를 한 카드회사 종사자의 실종된 도덕심과 직업의식도 엄중하게 단죄해야 할 일이다. 고객이 신용카드 회원이 되고 은행에 결제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금융기관과 그 종사자들을 믿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윤리기준이 적용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과 신용카드회사 직원들이 직무수행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법당국은 범인들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 다음으로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는 유통수단이다. 경제활동 인구가 한명당 한 두개씩 갖고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있다. 특히 21세기에는 전자화폐 공급까지 계획할 정도로 사회의 신용수단은 날로 발전하고 적용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신용카드 범죄에 치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다. 신용상실로 치러야 할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미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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