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개혁 제대로 하려면…

동아일보 입력 1998-11-26 19:05수정 2009-09-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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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대통령직속 ‘방송개혁위원회’가 설치될 모양이다. 통합방송법 제정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방송개혁위라는 한시적 특별기구를 따로 설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지만 지지부진한 방송구조개혁에 본격적 시동을 걸겠다는 개혁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방송법 제정 연기로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음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개혁위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방송계에는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 때부터 가장 큰 관심사가 돼 온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비롯해 방송사 구조조정과 뉴 미디어에 대한 대책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방송계 구조조정의 시급성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미디어 융합에 따른 장기적 대책 수립도 급하다. 이 때문에 통합방송법 제정 지연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방송개혁위를 구성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일단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같다.

문제는 방송계의 현안들이 첨예한 이해관계들과 맞물려 있어서 개혁위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당장 방송의 정치적 독립문제로 대립하게 될 야당의 개혁위 참여 여부도 불확실하다. 방송사 노조들도 ‘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방송산업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개혁위를 끌고 갈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민 단체들은 그동안 숱한 논의를 할 때는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 개혁위 구성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개혁위가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혁위의 구성이나 활동 등에 대해서 대체적인 구상만 알려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개혁위가 구성되면 방송의 기본이념 재정립을 비롯해 방송위의 위상과 권한 등에 대한 논의를 확실히 종결해야 한다. 방송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새로 구성될 방송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모든 이해 관계자를 한 자리에 모을 수만 있다면 개혁위에서 골격을 세우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21세기가 정보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벌써부터 나와 있다. 방송은 정보 흐름의 주요한 매개체다. 개혁위는 미래의 방송환경을 내다보고 더 이상 정치나 법이 방송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충실한 21세기 한국 방송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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