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기 총무원장 후보사퇴한 송월주스님

  • 입력 1998년 11월 22일 20시 26분


21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직에서 퇴임한 송월주(宋月珠)스님. 온국민의 분노를 산 조계종 분규사태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그는 19일 차기 총무원장 선거 후보에서 사퇴한데 이어 원장직 임기가 끝남에 따라 이제 평범한 한 명의 승려로 돌아갔다.

동아일보는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중턱에 있는 영화사에서 송월주스님과 단독회견을 가졌다.

―재임기간 동안 큰 분쟁 없이 지내다 임기말기에 결국 분규가 터졌습니다. 3선 논쟁에도 불구하고 굳이 출마를 강행하셔야 했습니까.

“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출마한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개혁사업을 계속하고, 종단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에서…. 하지만 3선문제를 종도와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던 것은 저 자신 역량의 한계, 덕의 부족 때문이라 느낍니다.”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 총무원장 자리가 해볼만한 자리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단히 어렵고 고달퍼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지요.”

―총무원장의 권한이 너무 센 것 아닙니까. 예를 들어 총무원장이 조계사주지를 겸하며 2백개 직할사찰을 거느릴 필요가 있습니까?

“총무원장 권한은 94년 개혁 이전과 비교하면 실제론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본사주지 임명권도 없어졌고. 조계사 등 직할사찰은 총무원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하더군요.”

―94년 불교 개혁으로 송원장 체제가 출범했을때 종도들의 기대가 컸습니다. 4년간을 돌이켜본다면.

“그동안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벌여온 게 기억에 남을 겁니다. 수행 기도 등 전통적인 불교의 역할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동시에 바깥으로 눈을 돌려 사회에 봉사하는 불교의 기틀을 마련한데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수행도 오래 하셨고 사판승도 오래 하셨는데요. 어느쪽이 더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승려 개인으로서의 성숙에는 수행이 좋지요. 개인적으론 수행하고 책보면서 번거로운 일에 안 말리는게 좋지만 모두들 현실을 외면한채 수행만 하면 중생구제와 종단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종무행정에의 참여도 이타(利他)행위로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후보 사퇴는 했지만 막후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의혹도 있는데요.

“후임 후보 문제는 종론과 공론에 따라 결정되겠지요. 제가 움직인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저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의사결정마저 제가 나서서 막을수는 없겠지요. 그건 그들의 자유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차분히 불교관련 책을 읽고 수행도 하고…. 좀 쉬고 나서 사회개혁과 사회발전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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