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음주운전 뿌리뽑자]『술깨는 데 왕도 없다』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청동(靑銅)성분이 들어 있는 10원짜리 동전을 입에 물고 있으면 알코올농도가 떨어진다.’

‘성냥개비의 유황을 씹으면 음주측정에 걸리지 않는다.’

단체 회식이 많은 연말연시. 음주운전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때다. 음주단속을 피하려는 갖가지 ‘비방’도 넘쳐난다. 김 우유 냉수 소금물 초콜렛 박하사탕 솔잎 커피 인삼차 칡즙 향수 성냥개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비약’이 과연 효험이 있는걸까.

평소 경찰의 음주단속 장소를 잘 피해 다니던 회사원 박모씨(37). 얼마전 예기치 못한 곳에서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평소 준비해뒀던 ‘담뱃가루’를 재빨리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러나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16%로 나와 면허가 취소됐다. 측정직후 메스꺼운 속을 참지 못해 음식을 모두 토하기 까지 했다.

최근 도로교통안전협회는 이색적인 ‘실험’을 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손님들을 대상으로 우유 생수 초콜렛 등을 먹기 전후의 혈중 알코올농도의 변화를 체크한 것.

그 결과 △냉수를 마신 사람은 0.083→0.075% △초콜렛을 먹은 사람은 0.170→0.163% △우유를 마신 사람은 0.134→0.127% △껌을 씹은 사람은 0.033→0.032%로 변했다.

요컨대 ‘비방’을 취했어도 혈중 알코올농도 변화는 0.001∼0.008%에 불과했다. ‘술깨는 비법’이 별 효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법’을 믿고 음주운전을 하다 대형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D증권 이모대리(34). 올해 3월 서울 마포에서 거래처 사람과 양주 1병 맥주 3병을 마신 뒤 1시간여동안 껌과 사탕, 물등으로 술을 깼다고 생각하고 경기 일산으로 차를 몰았다. 자유로를 타고 가던 이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차가 논두렁에 처박히고 난 뒤였다. 사고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교수는 “술깨는데 좋다는 각종 민간요법은 대부분 ‘굼벵이가 간경변에 좋다’는 식의 속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이경필계장은 “면장갑이나 종이컵 등으로 음주단속을 할 때는 껌이나 박하사탕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올 3월 모든 단속 경관에게 음주감지기가 지급된 이후에는 그같은 ‘냄새 제거제’로 단속을 피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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