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개비의 유황을 씹으면 음주측정에 걸리지 않는다.’
단체 회식이 많은 연말연시. 음주운전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때다. 음주단속을 피하려는 갖가지 ‘비방’도 넘쳐난다. 김 우유 냉수 소금물 초콜렛 박하사탕 솔잎 커피 인삼차 칡즙 향수 성냥개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비약’이 과연 효험이 있는걸까.
평소 경찰의 음주단속 장소를 잘 피해 다니던 회사원 박모씨(37). 얼마전 예기치 못한 곳에서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평소 준비해뒀던 ‘담뱃가루’를 재빨리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러나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16%로 나와 면허가 취소됐다. 측정직후 메스꺼운 속을 참지 못해 음식을 모두 토하기 까지 했다.
최근 도로교통안전협회는 이색적인 ‘실험’을 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손님들을 대상으로 우유 생수 초콜렛 등을 먹기 전후의 혈중 알코올농도의 변화를 체크한 것.
그 결과 △냉수를 마신 사람은 0.083→0.075% △초콜렛을 먹은 사람은 0.170→0.163% △우유를 마신 사람은 0.134→0.127% △껌을 씹은 사람은 0.033→0.032%로 변했다.
요컨대 ‘비방’을 취했어도 혈중 알코올농도 변화는 0.001∼0.008%에 불과했다. ‘술깨는 비법’이 별 효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법’을 믿고 음주운전을 하다 대형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D증권 이모대리(34). 올해 3월 서울 마포에서 거래처 사람과 양주 1병 맥주 3병을 마신 뒤 1시간여동안 껌과 사탕, 물등으로 술을 깼다고 생각하고 경기 일산으로 차를 몰았다. 자유로를 타고 가던 이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차가 논두렁에 처박히고 난 뒤였다. 사고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교수는 “술깨는데 좋다는 각종 민간요법은 대부분 ‘굼벵이가 간경변에 좋다’는 식의 속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이경필계장은 “면장갑이나 종이컵 등으로 음주단속을 할 때는 껌이나 박하사탕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올 3월 모든 단속 경관에게 음주감지기가 지급된 이후에는 그같은 ‘냄새 제거제’로 단속을 피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