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년]난파 면했지만 「안전항해」먼길

  • 입력 1998년 11월 20일 19시 19분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조절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만 1년전인 97년 11월21일 오후 10시 임창열(林昌烈)당시 경제부총리는 국내외에 한국경제가 파산했음을 이렇게 알렸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도 ‘IMF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곧이어 출범한 김대중(金大中)정부는 IMF 처방전을 100% 수용했다.

금융과 산업의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개혁, 과감한 개방 등 ‘종합 수술과 치료’는 한국경제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고금리 고환율 고실업으로 기업과 근로자는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이같은 치료법으로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부터의 과제는 후속 구조조정과 극심한 불황탈출 전략을 병행추진해 건실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20일 IMF관리체제 진입 1년을 맞아 “우리 경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지표상 플러스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흥청망청 쓰던 시절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에선 벗어났지만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IMF병원 입원 당시의 가용 외환보유고는 70억달러대로 추락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거래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들어 가용 외환보유고는 △1월 1백23억6천만달러 △5월 3백43억5천만달러 △11월 15일 현재 4백57억4천만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1월 2백71억5천만달러의 1.7배에 이르는 규모다.

작년 11월 한때 달러당 1천9백6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들어 달러당 1천2백원대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10월말까지 3백40억4천만달러의 경상수지흑자를 실현한 덕분이다.

외환지표는 적어도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에 국내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최근들어 일부 희망적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지표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지난해 5.5%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6%대로 추정되고 있다. 99년에는 2%대의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지만 민간연구소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실업률은 지난해 2.6%(57만4천명)에서 올 7월 7.6%(1백65만1천명)까지 치솟았다. 민간연구소들은 내년 상반기 실업률이 8%(2백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작년4·4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올 8월의 경우 마이너스 12.1%였다.

한편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할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수출증대 외자유입 기업수지개선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오히려 외환상황의 불안을 다시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세계 양대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는 한국을 여전히 ‘투자부적격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관은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투자부적격중 최상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어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투자적격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최근들어 외환보유고 공장가동률 금리환율등겉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들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듯한 희망적인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연구위원은 “한국경제는 그동안 뉴욕 외채만기협상, 러시아 모라토리엄(외채지불유예) 등 수차례의 고비를 넘겨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되찾았다”면서도 “앞으로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부실 금융부실 등 경제의 부실을 확실하게 걷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규진·신치영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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