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 어디로 가나?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05분


여야 총재회담이 경제청문회를 12월8일부터 열기로 합의한지 열흘째다. 그러나 국회차원의 청문회 준비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여야는 청문회 특위를 18일까지 구성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다음 일정도 잡지 못했다. 청문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특위구성을 이미 마치고 지금쯤 다른 준비를 진행해도 시일이 빠듯하다. 이러다가 청문회가 어디로 갈지 걱정스럽다.

여야는 특위구성 방법에서부터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국정조사특위의 전례대로 의석비율에 따르자고 주장하나 야당은 정치개혁특위의 선례가 있으므로 여야동수(同數)로 구성하자고 맞선다. 여당 주장이 원칙에 맞다고 해도 야당의 피해의식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활동기간, 조사범위, 증인선정에 대한 이견도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과거 정권의 잘못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하고 야당은 이를 되도록 희석하려 하기 때문이다.

총재회담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경제개혁의 교훈을 얻기 위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그런 목적을 수행하는데 왜 이렇게 당리당략에 집착해야 하는지 한심하다.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간지도 1년이 됐고 외환위기도 급한 불은 껐다. 1년 전의 환란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고 직접 책임자들은 재판절차를 밟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여야는 정략을 배제하고 청문회 목적에 맞게 차분히 준비에 임해야 옳다.

여당은 과거 정권의 특정인을 속죄양처럼 만들려는 듯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전 정부에 과오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파탄의 원인은 훨씬 복합적이다. 야당은 과거 정부를 감싸려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 지난 정부가 환란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얼버무릴수록 야당의 입지도 어려워진다. 여야가 마음가짐을 바꾸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소환 여부도 풀릴 수 있다고 본다. 김전대통령과 관련인사들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떳떳하다. 여당으로서도 청문회 운영의 효율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문회는 연내에 끝내는 것이 좋다. 때문에 청문회를 생산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연내에 끝낸다고 해서 청문회를 통과의례처럼 적당히 넘기려 하면 안된다. 그럴 경우 사회 일각에서 청문회를 다시 하라는 요구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는 국력낭비를 초래할 뿐 여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는 이 점을 유념하고 청문회 협의를 즉각 본격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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