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계열사 10∼15개로…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 입력 1998년 11월 18일 19시 30분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확장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기존 핵심사업의 틀을 전면 재편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은 이달 초 김태구(金泰球)구조조정본부장 등 핵심계열사 사장들을 불러 ‘상상을 초월하는’ 구조조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인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은 21세기를 대비하려는 포석에다 ‘계열사 매각 및 외자유치가 지지부진하다’는 정부의 비판적 시각과 대(對)재벌 파상공세에 대응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는 풀이.

▼ 계열사 10∼15개로 줄인다 ▼

김회장은 9일 김태구 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해 김욱한(金昱漢)비서실사장 서형석(徐亨錫) 장병주(張炳珠)㈜대우사장 등을 불러 ‘그룹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본부장이 주도하는 태스크포스팀이 즉각 발족됐다.

대우 고위관계자들은 “태스크포스팀이 통합 매각 퇴출 등 다양한 방법의 구조조정으로 현재 40개인 계열사 수를 10∼15개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이 심도있게 강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우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초 흑자사업부문 매각을 포함해 계열사를 10여개로 줄이는 획기적인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이미 김회장에 보고했으며 김회장은 태스크포스팀에 이를 토대로 늦어도 연말까지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는 올 5월초와 10월초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에서 무역 자동차 중공업 전자 통신 증권 등 주력업종을 유지하되 계열사 수는 2000년까지 20개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15개 이하로 계열 수를 줄이기 위해선 주력업체간 통합이나 한계 계열사의 퇴출 등이 불가피하다. 일단 정부의 이(異)업종간 상호지보 해소방침 등에 맞춰 자동차 전자 금융 등 소그룹별로 계열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 주력업체 군살빼기도 병행 ▼

계열사 축소와 함께 핵심 계열사의 군살빼기도 추진된다. 대표적인 타깃이 그룹 세계경영의 ‘첨병’인 ㈜대우. 특히 지난해부터 신규 투자를 늘려온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할 전망. 대우 관계자는 “가족회사의 해외법인 설립시 지분출자나 지급보증을 ㈜대우가 도맡은 경우가 많았다”며 “사업전망 등을 재검토해 그룹 사업전략에 배치되는 부분은 과감히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들어 사실상 해외사업 확대를 중단했으며 5백여개 해외거점 중 일부 알짜사업을 매각,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배경은 복합적 ▼

대우는 다른 4대 재벌과 달리 외자유치나 계열사 매각 등에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것이 사실. 특히 당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약속했던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 GM자본 유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청와대나 정부 일각에서는 “김회장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식의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 한다”는 의구심이 커졌다.

반면 대우그룹 내에는 “정부가 진정 재벌을 해체하려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고 김회장 자신도 개혁의사가 없는 것으로 비친 데 대해 할말이 많았다는 후문.

또다른 계기는 최근 시중에 급격히 유포된 자금위기설. 지난달 말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가 ‘대우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낸 뒤 자금위기설이 퍼졌으며 대우 차입금리는 1% 정도 상승했다. 그러나 대우증권 관계자는 “차입금리가 올라갔을 뿐 발행한도는 아직 넉넉하다”고 해명.

▼ 타 재벌 촉각 곤두세워 ▼

현재 대우 핵심계열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다른 4대 재벌들과 비슷한 350∼400%수준. 이를 내년 말까지 200%로 낮추기 위해서는 그룹별로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며 현재의 자금시장 여건에서는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

재계는 이에 따라 재벌 개혁일정을 부분적으로 연기하거나 △자산재평가 전면인정 △무역금융 허용 등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특히 4대그룹들은 전경련 회장사인 대우의 ‘대응양식’에 주목했던 것이 사실.

A그룹 관계자는 “대우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기존 우회돌파 전법에서 탈피해 재벌해체 이후의 생존을 도모하는 측면이 엿보인다”며 “다른 그룹들도 기존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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