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후진국형 시장 화재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15분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화재발생이 우려되던 참에 서울 광장시장에서 큰 불이 났다. 큰 인명피해가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나 소실된 점포만도 1백개가 넘는 등 많은 재산피해가 났다. 피해상인들로서는 이보다 더한 날벼락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판에 갑작스러운 불로 생활터전을 잃고 많은 재산을 날렸으니 안타깝기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화재발생 건수는 매년 평균 10.2%씩 증가해왔다. 작년에 발생한 화재는 총 2만9천4백72건. 매일 평균 81건, 전국적으로 1시간에 거의 3건 꼴로 불이 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발생건수 증가도 문제지만 불씨를 잘못 다뤄 일어나는 화재가 갈수록 늘고 있고 툭하면 대형 인명 및 재산피해로 치닫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마디로 ‘후진국형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시장 화재 역시 전형적인 후진국형 화재라는 점에서 어이가 없다. 스프링클러 등 자체소방시설이 전혀 없었고 시장입구가 좁고 건물이 밀집해 있어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중(多衆)이 이용하는 시설이 이렇게 화재 무방비상태로 방치돼왔다니, 그동안 소방당국과 서울시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지금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기간’이다. 소방당국이 재래시장과 상가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안전점검을 실시 중인 가운데 이런 큰 불이 난 것이다. 당국의 재난방지대책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광장시장이 화재무방비상태로 영업을 하도록 눈감아 준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원시적인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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